절대악

by life barista

명인성은 미간을 좁힌 채 어둡게 하철상을 바라보았다.

그가 신중하게 입술을 연다.


“절대악과 마주쳤을 때, 그걸 처리하는 일은 누가 해야 합니까?”


하철상은 잠시 명인성을 응시했다.

마치 명인성의 깊은 우물을 함께 읽으려는 듯,

그는 조심스럽게 명인성의 표정을 살피며 묻는다.


“인성 씨는 누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명인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개인이 해야 할 일은 아니겠죠.

그렇다고 죽은 신에게 맡길 수도 없잖아요.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철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묻는다.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건 무슨 의미예요?”


“용납될 수 없는 악이 무엇인지 우리가 이미 안다는 뜻입니다.

우린 더 이상 운명이나 신에게 그 책임을 미룰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결국 인간이 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가요?”


“네. 인간이 스스로 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린 그 무거운 책임을 나누기 위해 서로 합의한 거 아닐까요.


“우리가 그에 대해 어떤 합의를 했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하나의 경계를 세웠습니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을 함께 짊어지기 위해서요.

저는 그 경계가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국가와 법이 만들어졌다고 믿습니다.”


하철상은 깊게 고개를 끄덕이며 명인성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명인성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악을 마주하고 처리하는 건 한 사람의 분노가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이 세운 그 경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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