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박금배 대통령은 나노 송과선을 탑재하지 않았다.
그는 굳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에겐 넉넉한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생명을 걸고 나노 송과선을 삽입하고 싶은 사람 대부분이
수술을 받을 만한 큰돈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찌어찌 운 좋게 수술비를 마련했다고 해도
표를 사들이려면 다시 큰돈이 필요했다.
박금배는 자신을 찍는 조건으로
나노 송과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해 수술을 받도록 도왔다.
그들이 표를 사는 데 필요한 자금도 특별 저리로 마련해 주었다.
어차피 AI 사피엔스와 은행을 가진 박금배에게 이 사업은 일석이조였다.
나노 송과선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었고,
표를 사기 위한 대출금은 1년 국가 예산을 넘었다.
수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쌓였다.
박금배가 돈으로 민주공화국을 사들인 셈이다.
한 인간의 정체성은 역사적 가치들을 닮고 싶어한다.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
자기 결정권,
표현의 자유 등과 같은 가치 말이다.
생각을 멈춘 사람들은 이렇게 태어난 자신의 정체성이,
자기가 판 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