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이 없자,
명인성이 다시 하철상에게 묻는다.
“자기 욕망 때문에 무고한 사람을 죽인 사람을 우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철상은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
명인성의 질문이 방 안의 공기를 조용히 흔들었다.
하철상이 나지막이 되물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을까요?”
명인성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가 이미 선을 넘었다는 사실이죠.”
“그 선, 누가 그어 놓은 걸까요?”
명인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선은, 모두가 알고 있는,
말하지 않아도 느끼는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그 누구도 넘어선 안 되는 거 아닐까요?”
하철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느끼는 것이라면,
그건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 안에 있던 마지노선 같은 것인가요?”
명인성은 그의 말이 무겁게 느껴졌다.
그에게도 희미한 선 하나가 있었다.
누군가가 그 선을 넘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뜨겁고 차가운 감정이 심장 밑바닥에서 불쑥 올라왔다.
하철상은 명인성의 침묵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마지노선을 넘는 자를 마주할 때마다,
그 선을 왜 절대로 넘어선 안 되는지 우리는 다시 깨닫게 되는 건 아닐까요?”
명인성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선 깊고 어두운 우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두렵지만 피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이어진 대화와는 다른 맥락의 질문을 한다.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란 게,
세상에 있긴 한 겁니까?”
하철상은 짧게 웃은 후 대답했다.
용서할 수 없다는 느낌이
인간을 인간으로 남게 하는 마지막 경계일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