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배기각이 허둥거리며 일어나,
옷매무새와 머리를 다듬는다.
비서실장은 아내의 빈소에서 잠깐 봤던 것보다 덩치가 훨씬 컸다.
로봇 신체를 매일 업데이트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배 의원님께서는 이곳 안가 스크린 골프장엔 처음 오시죠?”
“네,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통령님께서 저를 멀리하시는 눈치예요.
비서실장님께서 말씀 좀 잘해주세요.
제가 노조 공작은 곧잘 하지 않았습니까?”
비서실장이 깊은 눈으로 배기각을 바라본다.
침묵이 분위기를 살벌하게 조인다.
배기각의 심장이 공포로 얼어붙는다.
“배 의원님, 생각해 보세요.
자기 아내를 죽인 사람을
옆에 두긴 힘들지 않겠어요?”
깜짝 놀란 배기각의 얼굴 위로 골프채가 날아든다.
배기각이 죽는 데는 최초의 일격이면 충분했지만,
비서실장은 배기각의 아내가 맞은 횟수만큼 스윙을 돌렸다.
배기각 머리에 있던 나노 송과선이
골프공 옆으로 튀어나와 두세 번 껌뻑이다 완전히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