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나의 주인이었을 적에는
내가 닳아 반질반질해질 정도로
나를 자주 필요로 했었지요.
그대 손끝에서는 항상
콩닥콩닥하는 귀여운 울림이 느껴졌어요.
그대가 나의 친구였을 적에는
내가 참다 참다 짜증을 낼 정도로
나를 귀찮게 했었지요.
그대의 장난스러운 눈동자는
어린 아이마냥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대가 나의 전부였을 적에는
그대의 이름이 나의 이름이었고
지금 나는 이름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매분 매초 함께하던 그대와 나의 일상이
수시로 확인하던 그대의 소식이
툭 끊기던 그 순간
그대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 그때부터
내 이름은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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