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싶다.
'세상에 울고불고 떼쓰지 않는 아이가 있을까?'
'나는 어렸을 때 떼를 쓰지 않았을까?'
이 두 가지 질문만 생각해 보더라도, 아이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될 것 같다. 아직 언어체계가 잡히지 않아서 혹은 원하는 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표현이 미숙하기에 떼를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이의 '떼'를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잘 다루는 법을 알려주어야 할' 대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할머니 손에서 자란 필자도 할머니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할머니 나는 어렸을 때 어땠어?'
'아휴. 자기 맘에 안 들면 아주 떼깜*을 쓰고 그랬어. 승질머리가 아주'
그렇다. 할머니도 그때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는 모양이다. 화가 나면 울다가 쓰러지곤 했다고 한다. 가물가물 기억이 나는 듯도 하다.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고, 인중에 침**을 맞아야 했던 일도 있었다. (정신을 잃었다가 차렸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침을 보고 두려워서 악을 썼는데, 그런 나를 어른 여럿이 달라붙어 붙잡아 인중에 침을 놓았던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런 나는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종종 그런 말을 듣곤 했다.
'배락을 맞아 뒈질 년 이년'
(벼락을 맞아 죽을 여자아이라는 뜻이다)
'지 어미 닮아서 아주!'
(이 말은 좀 상처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어릴 때는 성격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그에 비하면 다행히도 우리 아이들은 아주 선비다. 울다가 눈 주변의 핏줄이 터져 붉게 올라오고, 토하기는 했을지언정 울다가 쓰러진 적은 아직 없다.
우리 모두가 그러했듯이, 아이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떼를 쓴다. 그렇다면 아이가 떼를 쓸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원인을 파악한다.
사실 '떼'라는 것이 원인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언하기 전에 한번 살펴봐 주자. 어디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졸린지, 배고픈지, 아픈 것인지 등등. 아파서 떼가 느는 경우도 있다.
우리 둘째도 떼가 있기는 하지만 심한 편은 아니었는데 독감에 걸렸을 때 떼가 아주 심하게 늘어난 적이 있었다. 독감약으로 먹는 '타미플루'가 우울과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어렵더라도 받아주어야 한다.
둘째, 무시한다.
그러나 눈 씻고 찾아봐도, 원인 없는 떼일 뿐이라면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갖고 싶어서 울고 불고 떼를 쓰는 경우이거나 자기가 오면 될 것을 엄마보고 오라 마라 하면서 소리 지르고 악을 쓴다거나 하는 경우 등에 말이다.
그럴 때는 그냥 한 마디만 한다.
'오늘은 장난감을 살 수가 없어. 가자.'
그리고 그냥 가던 길을 간다. 그러면 아이는 울며불며 엄마를 따라온다. 이때 망설이면서 아이 쪽으로 다시 다가가지 않아야 한다. 그냥 가던 길을 쭉 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끝내는 따라오게 된다.
'네가 와. 엄마는 여기서 기다릴 게'
자기가 와도 되는 걸 엄마 보고 오라고 또 악을 쓰며 울고불고할 수 있다. 그러다 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지면 안 된다. 그러면 계속 끌려다녀야 한다. 엄마도 사람이다. 아이의 통제에 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귀에 이어폰이라도 꼽고 그냥 인내하고 기다리자. 그러다 보면 슬슬 기어서 또 엄마에게로 온다. 그때 또 그냥 안아주면 그만이다.
'엄마가 왔으면 좋겠는데 안 와서 속상해서 울었구나. 좀 더 울어도 돼. 기다릴게. (아이가 눈물을 그친 후) 엄마도 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항상 네 이야기를 다 들어줄 수는 없어. 엄마도 몸이 피곤하고 지칠 때가 있고, 일 때문에 바쁠 수도 있어. 그럴 땐 네가 오면 엄마가 이렇게 안아줄 게'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이는 또 그대로 수긍한다.
셋째, 인정한다.
아이의 떼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라는 말이 아니다. 그냥 그 시기에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든 아이가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면 조금은 내 마음도 수그러든다.
먼저 '두 돌' 전후로 '나'라는 자아가 생기며 스스로 해보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고, 부모의 통제에 저항하고 떼를 쓰게 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그러한 자아의 발달을 따라오지 못하는 언어 탓에 답답한 마음을 떼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아 한 번 터진 화나 슬픔을 스스로 진정시키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아직 미숙해서 그런 것이니, 기다려주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이다. 3돌 접어들면서는 떼를 쓰는 것이 현저히 줄어든다.
넷째, 알려준다.
먼저는 네가 속상할 수 있지만, 이럴 때는 그렇게 떼를 쓴다과 해결되지 않다는 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 과정은 말로도 알려줄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부모의 행동이 중요하다. 아이가 떼를 쓸 때는 원하는 것을 결코 얻을 수 없게 해 주어야 한다. 떼를 써서 원하는 것을 얻게 되면 '아 떼를 쓰면 해결되는구나'하고 인지하게 될 수 있다. 그러니 떼를 쓸 때는 귀를 닫고 눈을 감자.
아이의 울음이 그치고 난 후, 그렇게 울면서 말하면 엄마가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그래서 들어줄 수도 없어. 원하는 게 뭔지 말로 해야 엄마가 알 수 있어. 이렇게 설명해 주자. 그리고 이후 아이가 떼를 쓰지 않고 표현했을 때 아이의 욕구를 해결해 주도록 하자. (종종, 아이가 떼를 쓰지 않으면 아이의 필요를 눈치채지 못하고 들어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부모도 이 부분을 주의해야 한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고 작은 소리로 말하더라도 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참, 견뎌야 할 것이 많은 육아다. 오늘도 다들 너무 고생 많으셨다.
그러면 여러분 모두 아이들의 '떼'에서 살아남으시기를 바라며 건투를 빈다.
*'떼감(때깜)을 쓰다'의 의미
아이가 단순히 우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떼'를 부리면서 숨이 넘어갈 정도로 '감질'나게 자지러지는 상황을 의미
**의식이 없을 때 각성시키거나 진정시킬 목적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