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벌써 굴러 굴러 여기까지 왔네요.
서른일곱.
누군가에게는 한참 어린 나이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한참 먹은 나이인
어중간한 시절
그런데 지금까지 저는 늘 서른일곱이라는 나이처럼
늘 그렇게 어중간하게 살아왔던 거 같아요.
여기에 끼지도 못하고,
저기에 끼지도 못한 채,
여기에서는 이런 사람이었다가
저기에서는 저런 사람이었다가
이제는 답이 좀 정해진 것 같았다가도
또 넘어지는 날이 오더라고요.
어디에서는 전쟁 소식이 들려오고,
어디에서는 주가가 올랐다가 떨어졌다가 하는 환호와 한숨 소리가 섞여 들려옵니다.
(저는 잠시 한숨 좀 쉬고 갈게요~^^;;)
이 잡음들이 모두 알게 모르게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겠죠.
그래도 그런 잡음 속에서도 평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평화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는 지켜냈으니까요.
저희 할머니는 본래 자녀가 일곱 이었는데, 둘은 아주 어릴 때 잃으셨대요.
'할머니 자식 잃었을 때 어떻게 견뎠어?! 지금도 생각나? 안 보고 싶어?'
철없는 저의 질문에 그 긴 터널의 시절을 거뜬히 이겨낸 93살 먹으신 우리 할머니는
'뭐, 그랬지. 가만히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콩나물 대가리나 다듬어'
라고 하시더군요.
지금까지 여러분도 참 길고 고된 터널을 지내왔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삶이란 게, 야속하게도 유독 그런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땐, 콩나물 대가리나 다듬어야겠다 싶어요.
남은 우리의 삶은 콩나물을 다듬어야 하는 날이기보다
뚜렷하게 마주해도 좋을 날들로, 보다 좋은 생각들로 덧칠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