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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들불 Jun 17. 2020

왜 직장을 바꿔도 행복하지 못할까

세상에 통용되는 나

자신을 지탱시키거나 파멸시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아니라 ‘세상에 통용되는’ 자신이다.
<니체*>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져도 왜 행복하지 못할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답은 많지만 막상 속시원히 내뱉지 못하고 우물우물 말하게 되는 질문이다. 식상하면서도 너무나 중요한 질문이다. 삶에서 이보다 중요한 질문이 또 있을까?


최근 통계*를 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이 3년 이내에 퇴사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6~7명이 퇴사한다. 이 정도면 취직만큼이나 퇴사를 위해 몸부림친다고 봐야 할 듯하다. 그토록 힘들게 자격증이나 스펙을 쌓아 취업에 성공했을 텐데 말이다. 퇴사의 원인은 각자 다양하다. 그리고 빼놓지 않고 자주 등장하는 원인은 대인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라고 한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많은 처세술이 넘쳐나는 이유다. 그렇다면 단순히 직장을 바꾸면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인간관계를 리셋하고 나면 내가 원하는 관계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그런데 새로운 직장이나 직업을 바꾼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이전과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돌+아이 보존의 법칙'이 정말 존재하는 듯하다. 어디를 가던지 꼰대나 소시오패스들이 꼭 있다. 이쯤 되면 대인관계가 진짜 근본 원인이 맞을까 의심스러워진다. 이제 질문을 다르게 해 보자.


“왜 직장이나 직업을 바꿔도 계속 행복하지 못할까?”



세상에 통용되는 나


우리는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 밤늦게 다시 잠들 때까지 사회생활의 대부분을 ‘있는 그대로의 나’ 보다 ‘세상에 통용되는 나’로써 살아간다. ‘세상에 통용되는 나’란, 타인의 시선과 기준 그리고 평가로 만들어지는 ‘나’를 뜻한다.


우리가 타인을 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모습은 대부분 내 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가 보는 화려한 타인의 모습은 그들 인생 중 몇 번의 인상적인 스냅샷과도 같다. 그들에게 있어서 인생의 정점일 수도 있는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주로 회자되고 소비된다. 개인이나 기업들이 항상 잘 나갈 때에만 인터뷰가 실리고 기사거리가 되는 것과 같다. 직접 만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기사에서 소개된 사람들에 대한 스냅샷들도 머릿속에 쌓인다. 우리 마음속에는 오랫동안 쌓여온 이러한 타인의 이미지를 통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기준과 판단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세상에 통용되는 나'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세상에 통용되는 나'는 일종의 성냥개비와 같다. 성냥개비는 장작에 불을 붙이는데 꼭 필요하다. 그러나 장작을 계속 타오르게 할 수는 없다. 장작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모닥불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냥개비를 멋진 라이터로 바꾼다고 해도 장작 없이는 모닥불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화려한 스펙과 자격증을 가진다고 해서 그리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과 직장으로 계속 옮긴다고 해서 행복이 지속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즉 제대로 된 장작들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화려한 라이터나 성냥개비도 그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성냥불은 장작에 불을 붙이는 역할로 충분하다. 평생을 바쳐 더 좋은 라이터로 바꿔야 할 필요는 없다. 


지금 우리는 교육에서부터 직업 선택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통용되는 나'를 위해 살아가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인생에서 점점 ‘있는 그대로의 나’는 사라지고 세상에 통용되는 자신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라이터에만 집착하는 것과 같다. 더 큰 문제는 진짜 자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물론 세상에 통용되는 자신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 둘 사이에 있는 차이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세상에 통용되는 나'와 ‘있는 그대로의 나’ 사이의 차이가 곧 허영심이다.** 따라서 그 차이를 줄이지 못한다면 적어도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상에 통용되는 자신을 키우는 만큼 자신의 본래 모습도 같이 키워나가야 한다. 허영심을 줄이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 두 가지 모습 모두를 끌어올리는 것도 한 방법인 것이다


그대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칭찬받는 동안에는, 아직 그대 자신의 궤도 위가 아니라 타인의 궤도 위에 서 있다고 굳게 믿어라° <니체>






[참고 문헌]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알바콜 설문조사 결과 (http://catalk.kr/information/first-job-satisfaction.html)


**니체, 방랑자와 그 그림자 181

°니체, 여러 가지 의견과 잠언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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