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들불 Nov 30. 2020

좋아하는 일을 찾는 이유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서로 다를까? 취미로 했던 일이 돈벌이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 걸까? 정말 취미와 직업은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비슷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분명 잘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란 자기 본성에 잘 맞는 것, 그래서 본성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되고 더 해보게 되고 더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좋아했던 일이 직업이 되면 노동이 되는 경우도 있다. 취미와 직업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경우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단지 내면의 본성과 잘 맞아서 '이것을 좋아한다'라는 결과로 표현된 것이다. 본성에 잘 맞다는 징후일 뿐이다. 이 '징후'를 나타나게 한 근본 특성을 주의 깊게 파악해야 한다.


여기 축구를 좋아하지만 신체적 재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을 생각해보자. 신체적 재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남들과 실력차는 점차 커질 것이다. 대부분 이런 경우 직접 경기에 뛰는 것으로서 축구를 좋아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축구를 좋아한다면 이 사람은 분명 자신의 본성에 맞는 '징후'로써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니 징후를 나타나게 한 근본 원인, 즉 어떤 특성이 축구를 좋아하게 만들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어릴 때 우상이었던 축구선수를 보며 그 처럼 조명받고 싶거나 축구 때문에 받았던 칭찬이 원인일 수도 있다. 만약 주위로부터 관심받으며 자신을 드러내는 데 원인이 있다면 이 사람은 차라리 그런 직업을 찾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본성에  맞는 근본 원인이 축구 자체가 아닌 다른 것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팀워크나 전략적 기술에 환호하는 것이라면 기술위원이나 축구 운영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도 충분히 잘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 정말 좋아하는 것은 전략과 기술적 부분일 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여기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있다. 소리에 누구보다 예민하고 미세한 것까지 감지할 수 있는 청각을 가지고 있으며, 음의 리듬과 멜로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은 음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작곡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주변에서도 부추긴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작곡도 곧잘 하니 직업으로 가지라고 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일을 계속하면서 뭔가 지속적인 즐거움을 찾기는 힘들다. 사실은 자연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 가운데에서 적합한 상황에 맞게 소리를 찾아내고 조합하는 것이 이 사람의 진정한 본성에 맞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정형화된 음계를 이용하여 곡을 만드는 것과는 다른 특성 혹은 재능일 수 있다. 물론 작곡에서 일반인보다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고, 그래서 잘하는 일에 속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까지는 아니다. 이 사람은 사운드 및 음향을 디자인하는 것이 좋아하는 일이면서 또한 잘할 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정말 좋아하는 일은 자연히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잘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따라서 좋아한다는 것, 그 '징후'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그 '징후'를 나타나게 한 근본 원인이 되는 특성에 집중해보자. 이미 그것을 찾은 사람들의 행운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는 각자에게 결코 평등하지 않은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그러니 주변에서 밥벌이하라는 구박에도 꿋꿋하게 버텨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정말 좋아하는 일은 잘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찾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일은 잘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나는 늦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물론 그것이 또한 잘하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난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찾을 수 있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다음 '우연'의 한 스푼이 더 해지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악기를 연주할 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화음 때문에 너무 훌륭하게 들려 이따금 지나치게 놀라더라도, 우리 솜씨를 너무 높이 평가하지는 말자. 실은 때때로 누군가 우리와 같이 연주해 주어서 그런 것이다. 바로 좋은 우연이. 이런 우연이 이따금 우리 손을 이끌고 있다. 가장 현명한 신이라고 할지라도, 이때 우리의 바보스런 손이 만들고 있는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을 고안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니체, 즐거운 지식 277항 발췌>





[참고문헌]

니체, 곽복록 역, 즐거운 지식 277, 동서문화사, 2017

매거진의 이전글 글 쓰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