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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Sep 21. 2023

내가 마음껏 길을 잃어도 되는 이유

길을 잃었다. 고작 3살 된 미아였다. 실종 아동을 찾는 포스터나 부모님을 잃어 입양된 사례를 보면 가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때 만약 날 찾아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모두가 영원히 멈춰진 시간 속에 살았을 것이다.


한 여름, 구포 시장 근처 큰집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부모님은 세 살 베기 딸의 손을 잡고 큰집으로 향했다. 이제 갓 말문이 트인 아이가 어른들 눈에 얼마나 예뻐 보였을까. 그날만큼은 엄마 아빠 품이 아닌 여기저기 품을 옮겨가며 사랑을 독차지했다.


엄마의 시야에 나와 숙모가 함께 보이지 않자 엄마는 내가 당연히 숙모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엄마의 착각은 비명으로 바뀌었다. 나는 숙모와 함께 있지 않았다.


자박자박 느린 걸음으로 겁도 없이 마당을 지나 문턱을 넘었다.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 구경에 빠져 어디로 걷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다 문득 다시 돌아가는 길을 모른다는 사실에 절망했을 것이다.


내가 사라진 걸 알고 엄마 아빠는 내내 울음을 토하며 거리를 헤맸다. 가끔 드라마를 보다 아이를 잃고 찾아 헤매는 장면이 나오면 엄마는 저 심정 안다며 아이 부모는 피 말라죽는 심정일 거라 했다.


당장 숨이 넘어갈 것 같이 찾아다녔지만 해가 어둑어둑 저물어 갈 때까지 나는 발견되지 못했다.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3살 아이는 이미 세상을 잃은 듯 악을 쓰며 울다 울다 지쳐 울음마저 가늘게 나오고 있었다.


부모님뿐 아니라 온 친척들이 함께 시장 바닥을 뒤졌다. 해가 지면 더 찾기 힘들어지니 빨리 찾아야 한다며 서로를 재촉했다. 반나절을 헤매다 끝내 나를 찾아낸 건 엄마였다.


내가 발견된 곳은 공중전화박스 안이었다. 어른 걸음으로도 30분은 족히 걸리는 멀리 떨어진 곳에 대체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 온갖 눈물 콧물 흘리며 울고 있는 나를 엄마는 잽싸게 끌어안고 한참을 우셨다. 요즘도 엄마는 거기 들어가 있길 천만다행이라며, 그 앞 철길을 건넜으면 찾지 못했을 거라고 가슴을 쓸어내리신다.


지금도 가끔 길을 잃는다. 나서기는 했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가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곤 한다.


돌아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해 더 멀리멀리 방황하다 생각한다. 또다시 나를 찾아내주길. 혼자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며 끌어안고는 같이 울어주기를.


해가 지기 전에, 다신 만나지 못할 철길을 건너기 전에. 

어김없이 나는 발견될 것이다.


내가 마음껏 길을 잃어도 되는 이유.                                     

아마 나는 영영 미아는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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