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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Oct 21. 2023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너

예쁜 내 동생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모네랑 늘 함께였다. 7남매 중 여섯째셨던 엄마는 막내 이모가 가장 가까운 혈육이자 친구였다. 이모는 당뇨를 앓았다. 관리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볼수록 야위어가는 이모를 보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합병증으로 입원한 이모 병문안을 갔다.

“송아, 엄마 말 잘 듣고.. 응?”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한없이 야윈 이모 얼굴을 마주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모는 하늘의 별이 됐다. 이모 나이 고작 48세.     


엄마는 가장 가까운 혈육이자 가장 아꼈던 친구, 동생을 잃었다. 1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땐 미처 다 몰랐다. 이모의 죽음이 엄마에게 어떤 의미인지.     


내게도 3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같은 방을 쓰며 참 많이 투닥였다. 자려고 누우면 서로 이불 끝을 부여잡고 당기며 더 가져가려 심술부리 기도 하고 화장품 뚜껑이 안 닫혀있으면 서로 뚜껑을 안 닫았다며 우기기도 했다. 흔한 자매들처럼 옷 때문에 자주 다투고 엄마의 심부름은 늘 제 몫인 양 투정을 부려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어넘길 추억들.     


다 커서야 언니 답지 못했던 게 미안하다. 늘 예쁘고 당찼던 내 동생. 야속한 시간은 너무 빨리 흘렀고 각자의 시간 속에 우린 둘 다 30대가 되었다.      


처음 떠난 가족여행에서 동생과 오랜만에 한 방을 썼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감정에 북받친 나는 언니로서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며 꺼이꺼이 울었다. 어디에도 말 못 할 얘기들을 동생에게 털어놓고 한참을 눈물 흘렸다. 동생은 어린애 달래듯 내 울음을 그치게 하곤 말했다.    

 

"언니야, 언니는 내 언니니까 난 다 이해할 수 있어. 지금도 충분히 잘해주고 있으니까 그만 미안해해. 응?"    

'언니가 내 언니니까..' 몇 번을 곱씹었다. 맞아, 나 역시 그랬다. 네가 내 동생이니까. 그걸로 충분했다.     


각자 살기 바빴던 우리는 요즘 부쩍 가까워졌다. 친구에게 보내던 좋은 글귀를 가장 먼저 보내고 맛있는 곳에 같이 가자고 놀아달라며 징징거려보기도 하고 어제는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끓여줄 테니 오란 말에 눈물이 핑돌았다.     


가장 가까운 혈육이자 둘도 없는 친구 내 동생. 그리고 이제야 돌아보는 엄마의 마음. 이모를 잃었을 때 엄마는 어땠을까? 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수많은 날들을 그리워하며 후회하셨겠지. 더 많이 함께하지 못한 걸.. 또 함께 한 날을 추억하며 견디셨을 것이다.


엄마의 슬픔을 이제야 이해하며

그리운 우리 이모를 추억하며 예쁜 내 동생에게      

"미소야, 네가 내 동생이니까 난 뭐든지 다 이해할 수 있어. 언니가 늘 미안해, 내 동생이어서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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