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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Sep 16. 2023

글 몇 자로 전하는 마음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지독히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엄마, 아빠는 일찍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드셔야 했다. 학업을 이어가는 건 사치였을 테고 꿈꾸기도 버거운 시절을 보내셨음을 알고 있다. 종종 아빠, 엄마는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며 미안하다고 하신다. 남들보다 못해줘서 미안하고, 이렇게 밖에 못 살아서 미안하고. 미안할 이유가 왜 그렇게 많은지 술 한잔 곁들인 날이면 미안한 이유들이 더 많이 나열되곤 한다. 실은 나도 같은 마음이지만. 남들보다 못해 드려서 죄송하고, 이렇게 밖에 못 살아서 죄송하고. 이 세상의 부모 마음도 다 같은 마음, 이 세상의 자식 마음도 다 같은 마음이겠지.


엄마, 아빠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알고 있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마음이 메인다. 안 해본 일 없이 최선을 다해 사셨단 걸, 그게 최선이었다는 걸 정말 알고 있다. 지난 설날이었던가 그날도 술 한잔 곁들이시더니 또 미안하단다. 뭐가 미안하냐며 핀잔 섞어 말을 건네고는 목이 메어 한참을 생각했다. 평생 마음에 빚진 자처럼 살아가는 엄마, 아빠에게.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자랐다고, 우리 삼 남매는 이렇게나 잘 컸다고, 그러니 멋지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사셨다고, 가난 때문에 불행하지 않았다고,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이 목메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엄마 아빠의 자랑이 되기 위해 억만금을 주거나 대단한 사람은 못돼도 글 몇 자로 이 마음을 전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써야 한다. 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젠가 내 글을 찬찬히 읽어 내려갈 엄마, 아빠를 위해


고생하셨어요. 덕분에 이렇게 잘 컸어요. 감사하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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