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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Oct 21. 2023

공포의 택시

 

20살이 되면서 귀가시간이 조금씩 늦어지던 때였다. 집 가는 골목길이 어두워 아빠는 늦게 오는 걸 싫어하셨다. 그날도 친구들과 실컷 놀다 조급한 맘으로 택시를 잡아탔다. 그때 한참 유행하던 택시 괴소문이 택시를 타면 운전석 옆 보조석 아래 사람이 숨어있다가 뒷좌석에 여자 손님이 타면 위협한다는 이야기였다. 겁이 많은 나는 택시를 타면 항상 보조석을 확인하곤 했다. 그날도 보조석을 확인한 후 안심하고 기사님께 도착지를 말씀드리고 쉬려던 찰나 기사님의 한마디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오늘 집에 못 가겠는데?"

혼잣말인지, 내게 묻는 건지 약간의 웃음기를 띄고 뱉은 기사님의 말에 112, 119, 엄마, 아빠? 어디에 전화를 걸지 차문을 열고 뛰어내려야 할지 몇 초도 안 되는 시간에 온갖 상상을 다했다. 심호흡을 하고 “네?”라고 되묻는 질문에 기사님이 한번 더 “오늘 집에 못 가겠다고”라고 답했고 나는 심장이 터질듯한 공포에 얼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정지했다. 그런 내 표정을 읽으셨는지 기사님은 한껏 웃으며 말했다.      


“아니! 오늘 안에 집에 못 가겠다고, 지금 23시 55분이네!”     


자정 넘어서 도착한다는 말을 이렇게 무섭게 하시다니.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오싹하기도 하고 탈출 계획까지 세운 내가 우습기도 하다. 사실 기사님이 뱉은 말은 집에 늦게 도착하는 것에 대 걱정 말이었다. 그걸 공포로 받아들인 이유는 밤에 타는 택시는 위험하다는 나의 선입견이 한몫했고. 그날 밤 어두운 건 밤뿐 아니었다. 가리진 내 생각도 밤이었다.     


종종 밤에 산다. 제대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채 오해하고 판단하고 실망한다. 내 마음이 밤인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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