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렸던 사람

진짜 울 일이 오기 전에

by 다송

아빠는 왜 항상 인상을 쓰고 있었을까? TV를 볼 때도 담배를 피울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엄마에게 얘기할 때도 미간에 잡힌 주름은 펴지지 않았다. 펴지지 않는 아빠의 미간을 보며 불안했던 작은 아이는 아빠를 무서워하면서도 몹시 사랑했다.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건 너무도 필연적이란 걸 나를 보며 생각한다.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무심한 아빠라도 아빠가 우리 아빠인 게 좋았다. 숨은 사랑을 발견하려 유심히 아빠의 뒷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나, 어느새 시집갈 나이였다. 그 긴 세월이 지났는데 아빠랑 친해지지 못한 게 서글펐다.


21살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하고 27살에 결혼식을 올렸다. 긴 연애 후 적당한 때에 올린 결혼이지만 아직 어린 나이였다. 뒤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아빠는 내가 일부러 결혼을 빨리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아빠가 싫어서, 집이 싫어서 도망치듯 한 결혼이 아니냐고. 사실 아빠의 마음은 결혼식 내내 티가 났다. 몹시 어두운 표정이었다. 긴장한 탓도 있지만 큰 딸내미 결혼 시키는 섭섭한 마음이 천장 끝까지 치솟아 있었다. 반면 나는 결혼식 내내 밝은 신부의 모습을 유지했다. 아빠가 보기엔 내가 홀가분해 보였나 싶다.


아빠의 오해와 다르게 나는 결혼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신랑을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식장에 내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가던 아빠가 단 한 번도 웃지 못했단 걸 알았다. 아빠가 미친 듯이 보고 싶었다. 그가 얼마나 여린 사람인지 집을 떠나보니 더 잘 보였다. 오랜 세월 잡혀있던 미간의 주름도 강해 보이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 아빠는 하나도 무서운 사람이 아니었단 걸, 내가 좀 덜 눈치 보고 아빠에게 비비적거렸다면 충분히 더 사랑받을 수도 있었단 걸, 그런 걸 후회하며 울었다.


그 후 가까이 있을 땐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한 발치 떨어져서 마음껏 전했다. 소원했던 아빠와의 관계가 어느 시점 막힌 댐이 열리듯 흐르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빠 앞에서 농담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재잘거리는 내가 신기한 듯 쳐다보는 아빠의 눈길이 정겹고 반갑다. 어릴 적 맘껏 부릴 재롱을 나이 들어 이제야 하고 있다. 그의 앞에서 더욱더 철이 없어지는 내가 맘에 든다. 진짜 울 일이 오기 전 덜 울기 위해 나는 지금보다 더한 재롱둥이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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