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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약 못지않은 다정

다정해야 할 이유

by 다송

사람의 감정을 읽는 일이 익숙하다. 눈치가 빠른 게 장점이라 소수의 인간관계에서도, 다수의 무리에 속해서도 무난한 평을 얻으며 살아왔다. 때론 지나치게 사람의 감정에 민감한 것이 독이 된 날도 많았지만.


나만이 느끼는 사람들 저마다의 말과 눈빛의 톤이 있다. 그 톤이 참 따스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있다. 내가 아팠던 걸 아는 동료가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쳐 “괜찮았어요? 많이 아팠다면서요” 하고 물었다. 그 말을 할 때의 축 늘어지는 눈꼬리와 걱정을 담은 눈동자, 차분하지만 따뜻한 말투. 아, 다정한 사람이다.


업무상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깝지 않은 거리에 있음에도 스치는 내게 던지는 말 한마디조차 다정함이 느껴지는 사람. 적극적인 다정의 표현이 아니라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다정이 뚝뚝 묻어나는 사람이 있다. 다정한 이는 잘 모른다. 자신의 몹시 다정한 태도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녹게 하는지. 그런 사람이 좋고, 그런 사람이고 싶었다.


살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누군가에겐 이유 없이 차가운 냉대를 받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조건 없는 다정함을 느끼기도 했다. 언제나 나는 다정한 사람으로 인해 성장했다.




책 다정함의 과학에 나오는 재밌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몇 달 동안 토끼에게 동일한 고지방 사료를 먹였다. 그 결과 모든 토끼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고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올라갔다. 한데 유독 한 무리의 토끼들만 혈관에 쌓인 지방 성분이 60%나 적었다. 연구팀은 이상 현상의 이유를 찾는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건강한 토끼들은 모두 ‘무리나 레베스끄’라는 연구원이 담당했던 토끼라는 사실이었다. 유달리 착하고 상냥한 사람이었던 그녀가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토끼를 다룬다는 점을 알게 됐다.


다정한 이 연구원은 토끼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말을 걸고, 껴안고, 쓰다듬으며 귀여워했다. 단지 실험체에 먹이를 준 게 아니라 사랑을 주었던 것. 식단이나 유전자보다 애정 어린 태도가 건강에 도움이 된 것이다. 이걸 ‘토끼 효과’라고 부른다. 역시 다정함은 그 어떤 약 못지않은 효과적인 진통제이자 비타민이다.


우리에겐 다정 한 스푼이 필요하다. 몰아세우지 않아도 이미 벼랑 끝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이 다정함은 하루를 더 살아갈 용기를 주기도 하며 이는 분명 전염된다. 다정함을 잃지 말자.


“나의 다정이 당신의 치료제가 될 것이고,

당신의 다정이 나를 낫게 할 것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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