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성이 없어 자주 핀잔을 듣는다. 자꾸 부딪혀 몸에 알 수 없는 멍이 들기도 한다. 그중 현이 가장 민감한 건 가스불이다. 요리 후 가스를 잠그는 건 즉시 해야 한다. 수년째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 나의 빈틈은 어디서부터 온 걸까.
애석하게도 나를 닮은 이가 있으니, 아니 내가 닮은 이가 있으니 바로 엄마다. 이 빈틈은 모계 유전이다. 허둥지둥 대다 물건을 두고 가거나 콩콩 부딪히는 일이 일상이다. 아빠가 엄마에게 조심 좀 하라는 얘길 자라는 동안 내내 들었다.
모녀는 잦은 실수에도 나름 인생을 살아왔다. 때론 자책도 하지만 사람 사는 거 뭐 별거 있냐는 심보다. 각자의 남편에게 이 정도 빈틈은 있어야 인간미 있어 보이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떤다.
반백년 이상을 살아온 엄마는 이제 틈에 도가 트인 사람 같다. 무리하지 않으며 삶을 요령껏 살아내고 있다. "다 방법이 있어! 오늘 못한 건 내일 하면 되지?" 엄마의 유연한 사고방식은 푹신푹신한 소파 같다.
엄마를 닮아 몽실몽실한 사람이 돼야겠다. 부족한 일상을 참아주는 용기가 있는 사람으로 자라나고 싶다. 실수가 어떤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는 걸 믿으면서, 오늘도 나의 빈틈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