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노인

내게도 있었고 있어 질

by 다송

요즘 아기 영상을 많이 본다.

해맑은 미소에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의미 없는 손짓 하나 발짓 하나에도 꺄르르 꺄르르.

작은 것은 대체로 귀엽고 소중하다.


오늘 지하철에서 만난 엄마품에 안긴 아기.

신기한 듯 사람 구경을 하더니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웃으며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흔들

어떻게든 아기를 웃겨보려고 애썼다.

그러다 한번 픽 인심 쓰듯 아기가 웃자

무해한 행복감이 내 속에 가득 퍼졌다.


그러던 찰나 명절에 만난 할머니가 떠올랐다.

구순이 넘은 나이. 작아진 키, 굽은 등, 거의 소실된 청력.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왠지 아기 같았다.


한데 손을 잡았을 때만큼은 달랐다.

살아온 세월이 손에서 다 묻어났다.

참 단단하고 따뜻한 손이었다.

주름이 가득 진 손을 보며 구순의 삶을 떠올리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기와 노인은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점과

바라보면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닮았다.

아기에겐 길 것이고 노인에겐 찰나였을 생,

나는 그 어느 중간지점에 서있다.



*사진출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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