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으면 글쓰기라고 답한다. 좋아하는 글쓰기지만 쓰면서 즐거운가 생각해 보면 솔직히 버거운 마음이 더 크다. 완성한 글을 보면 뿌듯하고 또 쓰고 싶은데 쓰기 전과 쓰는 과정에서 느끼는 부담이 크다. 이 부담은 잘 쓰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욕심부린다고 해서 글이 잘 써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 쓰고 싶다. 싫은데 결국 쓰고, 힘든데 계속 쓴다.
내 글이 좋은지 아닌지 나로선 판단하기 힘들다. 읽는 사람 마음에 닿아야 하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며 세상에 내 글을 공개한다. 드문드문 좋아요와 댓글을 받으며 감사한 마음이 들지만 한편 정말 읽히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혼자 쓰는 일기가 아닌 이상 결국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것인데 그런 글을 쓰려면 일단 많이 써봐야 한다. 그동안 읽은 글쓰기 책에서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길 '주저하지 말고 쓰기'를 강조했다. 특히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에서 창피당하는 것까지가 경험이라는 말, 보여줘야 는다는 말을 듣고 자체 검열 당한 내 속에 있는 문장들을 마구마구 꺼내보고 있다.
창피당하기 위해 꺼낸 문장들은 어떤 날엔 구렸고 가끔 윤기가 났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닿은 듯했을 땐 희열과 보람을 느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각종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깨알 같은 글씨를 읽어내는 일을 누군가는 하고 있다. 자기에게 필요한 문장을 고르기 위해 열심인 그들을 위해 나도 한몫 보탤 수 있다면 좋겠다.
고미숙 작가는 글쓰기가 삶의 보편적인 활동이라 했다. 재능과 상관없이 존재하면 읽고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 자연스러운 일을 내가 하고 있다. 경제적 보상이 따라오지 않아도 계속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안의 쓰기에 대한 열망은 아주 자연스럽다. 애매한 재능이 언젠가 빛을 발하기를 소원하는 마음과 그저 묵묵히 쓰려하는 마음이 얽히고 설킨채 나를 쓰게한다. 결국 그래서 오늘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