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적당한 거리에서

멀리서 보아야 예쁘다

by 다송

사랑하면 당연지사 거리를 좁히고 싶어 진다.

한발 두발 다가가 자세히 보게 된다.

마음에 들여놓고 자꾸자꾸 봐도 좋은 점 밖에 안 보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가까웠던 거리로 인해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럴 때 한 발자국 물러서는 게 필요하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 면도 있지 하며

낯선 타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또 이해되기 시작한다.


심리적 거리를 적당히 두고 흐린 눈을 하는 전략이

관계를 오래 행복하게 유지하게 한다.


적정거리를 유지하지 않은 채 딱 붙어서

보이는 대로 따져 묻기 시작하면

관계의 수명이 단축되고 만다.


가장 아끼던 친구를 그렇게 잃었다.

많이 사랑해서 더 가까이 다가가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좋았던 기억까지 반감됐다.


관계를 놓기 전에 잠깐 물러나

거리를 두고 바라봤더라면 어땠을까.

좋은 점이 많은 친구였는데,

때때로 생각하면 속상하다.


아무리 사랑해도 언제나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아야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시인의 말은 옳다.


다만 관계의 유지 측면에서만큼은

자세히 보는 것보다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게 훨씬 사랑스럽다.

keyword
이전 09화시선으로부터의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