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을 만난 건 근무지에서였다. 환이 전임자의 업무를 인수인계받고 이어가던 중 작년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을 결정한 사안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자리엔 전임자도 함께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전임자가 운영을 잘 못해서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왜곡되어 전달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환은 전임자가 얼마나 어떻게 운영을 잘했는지, 자신이 어떤 이유로 방식을 바꾸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대수롭지 않게 듣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는 환의 섬세함을 느꼈다. 이건 전임자에 대한 배려와 계산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멘트구나 싶었다.
그는 복도를 지나다 마주치면 항상 과하지 않는 눈인사나 목례로 아는 체를 했다. 연차도 나이도 나보다 훨씬 많았지만 그런 걸 내세우기보다 친절과 관심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무엇보다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늘 주변을 살피고 살갑게 챙기곤 했다. 환의 배려 덕분에 조직은 더 다정하고 밝아졌다.
다른 조직에서 만났던 경은 엄마 또래의 어른이었다. 그녀는 뭐든 배우려 했다. 내게 정중하게 묻고 자신의 부족함을 얘기하며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업무가 꼬여 서로 난감해진 상황에서 실수의 원인을 제공했던 경은 사과를 주저하지 않았다. 언제나 나를 친근하게 대했는데 가끔은 그녀를 친구처럼 가깝게 느꼈다. 나이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데도 내가 그녀를 친구처럼 느낄 수 있었던 건 그만큼 그녀가 내 눈높이에 맞춰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섣불리 조언하지 않고 내 이야길 듣고 자신의 고민도 털어놓았다. 그러다 가끔 자기 삶의 경험을 나누며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내가 만난 멋진 어른 환과 경은 내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 이들을 회상하며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 내가 자라나 닿고 싶은 어른의 모습을 정리해 보았다.
배우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
성장하는 사람
사과할 줄 아는 사람
먼저 인사를 건넬 줄 아는 사람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하는 사람
섣불리 조언하지 않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친절과 배려가 몸에 밴 사람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
약자를 살필 줄 아는 사람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 잘못된 건 고치고 부족하면 채우며 자꾸자꾸 자라는 어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