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사가 일주일 남았다. 결혼 후 6년을 진구에서 살았고 지금 동네인 사하구에서 5년을 살았다. 진구는 친정 근처라 내가 익숙한 동네였고 사하구는 현이 자란 동네라 그에게 익숙했다. 서로에게 조금씩 기대어 11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주면 우리 둘 다에게 처음인 낯선 동네로 간다.
현과 느지막이 점심을 챙겨 먹고 이사 갈 동네로 향했다. 마트는 어딜 갈지, 근처 맛집은 뭐가 있는지, 약국이나 병원은 뭐가 있는지 느린 걸음으로 돌아보았다.
비도 내리고 허기도 지려는 찰나 멸치육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홀린 듯 들어가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나왔다. 칼국수를 좋아하는 현은 퇴근길에 계속 생각날 것 같다며 마음속 맛집에 저장했다.
몇 걸음 더 걷다 보니 아기자기한 동네 빵집이 나왔다. 방금 칼국수를 먹었는데도 너무 맛있어 보여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밤식빵을 샀다. 요새 밀가루 줄이고 있는데 그래도 동네 투어니까 이 정도는 봐줘야지! 집에 돌아와서 밤식빵을 먹었는데 완전히 성공이다. 맛집 하나 더 추가요!
당분간은 왠지 낯선 동네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이곳저곳을 다닐 듯하다. 언젠가 낯선 이곳도 익숙해지겠지만 여행하는 낯선 마음만큼은 자주 오래 재생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