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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송 Nov 06. 2024

우리가 잘 살 수밖에 없는 이유

이사가 끝났다. 금요일부터 몹시 내리는 비에 엄마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고 잘 됐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이삿날 아침 우리가 이사를 시작하는 아침 8시경에 비가 그쳤다. 시어머니는 우리 부부 잘 되려고 하늘도 돕는다며 날이 개서 이사도 잘되고 앞으로 잘 살 거라고 했다. 비가 오든 비가 오지 않든 축복을 빌어주는 두 엄니 덕에 우리는 잘 살 수밖에 없겠다.  


우리의 행운을 비는 그녀들의 마음이 만났다. 정리를 대충 끝내고 임시 집들이로 양가 부모님을 모시게 된 것이다. 상견례, 결혼식, 할아버지의 장례식, 5년 전 이삿날, 그리고 5번째 만남이었다.


엄마 아빠가 먼저 도착했고 이어서 시어머니 시아버지가 벨을 눌렀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맞이했다. 그간 잘 지내셨냐고 뻔한 안부로 시작해 시아버지의 유머로 분위기가 유연해졌다. 술잔을 부딪히며 5년간의 못다 한 이야기를 다하는 동안 나는 유심히 그들을 관찰했다.


쉬지 않고 각종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시아버지, 아빠는 리액션하기 바빠 보였다. 말수가 적은 아빠는 시아버지의 폭풍 같은 수다스러움을 신기해하면서도 재밌어했다.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엄마와 온 얼굴로 반응하는 시어머니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여성스럽고 조용한 시어머니가 가만히 있을라치면 그때를 못 참고 엄마는 말을 걸었다.


엄마도 시아버지도 말의 공백을 참기 힘들어하는 파워 E 같았다. 그러고 보니 참 엄마도 아빠도,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몹시 반대 성향이었다. 이렇게 다른데 부부가 되고 긴 세월 동안 무탈히 오신 걸 보니 천생연분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god의 반대가 끌리는 이유란 노랠 떠올렸다.


두 사람이 이렇게 서로 다르지만요.

모든 게 완전히 정말 반대지만요.

함께 있을 때면 왠지 참 좋은걸요.

.

.

사랑할 것 같아요 우린 서로 너무 다르지만요


사실 이 노래는 처음 현을 만날 때 내가 우리의 테마로 삼던 곡이었다. 달라도 너무 달랐던 우리, 모든 게 정말 반대였다. 덜렁거리고 조심성 없는 나와 매사 조심하며 꼼꼼하던 현. 그는 계획적이고 나는 즉흥적이었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현과 달리 난 누구든 어울리는 걸 좋아했다.


집돌이와 밖순이의 만남은 꽤 흥미로웠다. 중간 지점을 찾아 타협하기까지 숱한 회의를 거듭했다. 이렇게 반대가 만나다 보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까도 싶었는데 17년을 함께 해본 결과 자로 잰 듯 둘 다 똑같다.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아무리 반대라도 죽은 잘 맞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나 : 으악 연어 너무 먹고 싶다!!

현 : 음.. 난 해산물은 좀 별로야^^; (심지어 식성도 다른 우리)


나 : 오빠 주말에 여기도 가고 여기도 가보자!!

현 : 다송아, 주말 중 하루는 쉬는 게 어때?

  

나 : (웃겨하며) 오빠 우린 대체 맞는 게 뭐야?ㅎㅎ

현 : 우린 마음이 맞잖아~^^

나 : 아? 맞네? 우린 마음이 맞구나! ㅋㅋㅋ


아무리 달라도 서롤 향한 마음만은 닮아서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었나 보다. 반대에 끌려 연을 맺은 세부부가 앉아 무수한 이야기를 지겹도록 나누며 웃었다. 새로 이사 온 거실 공간이 우리들의 웃음과 수다로 채워지는 동안 내내 마음이 일렁였다. 그들이 잘 살아온 시간처럼 우리도 변치 말고 잘 살아야겠다. 우리가 반대라서 참 다행이다.


반대라서 잘 사는 중!
양가 부모님 모시고 첫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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