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가 일어섰어
변은경
땅에 누워만 있던 내 그림자가
일어섰어
나랑 하루 종일
마주 보게 됐지
바람에 흔들리는 내가
꽤 괜찮아 보여
해가 뜨는 내일을 기다리는
버릇도 생겼지 뭐야
그게 다 내 앞에
높다란 벽이 생기고부터야
『 1센티미터 숲 』문학동네, 2023
중2 교과서에 <나무와 그림자>가 실렸다.
조금 신기하다.
문제집을 주문해서 펼쳐보았다.
시 내용보다 분석이 더 길다.
주제는 부정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태도,
의인화된 나무를 화자로 설정하여 앞을 가로막은 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시라고 기술되어 있다.
시 내용과는 다르게
요즘 내 그림자는 조금 무기력하다.
새해에 기대어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맘대로 되지 않나 보다.
커피 향에 기분이 좋아지고
누군가의 평범한 인사에 마음이 울컥하지 않고
밤을 건너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아름다운 문장 한 줄이 정신번쩍나게 나를 일으켜 세워줄 것을 믿는다
다시 들여다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를
높다란 벽에 일어서 있는 내 그림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