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유 잘 사주는 언니

여성 전용 수영 분투기

by 다씽



수영장을 다시 다니기 시작한 지 일주일째, 매일 같은 풍경이 반복되었다. 운동을 마치고 나면 네임태그가 붙은 장바구니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안에는 우유와 가끔 계란이 들어 있다. 누군가가 우리 타임 사람들을 위해 사 놓은 것인데,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매일같이 말이다.

그런데 유독 한 이름이 자주 보였다. ‘이미영’라는 분이었다. 나이는 50대 중후반쯤 되어 보였고, 딱히 눈에 띄는 분은 아니었지만, 장바구니 속 우유와 계란만큼은 꾸준히 그녀의 이름을 달고 올라왔다. 사흘째 그녀가 사 놓은 우유를 받아들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다. 왜 이렇게 자주 우유를 사시는 걸까?

수영장에서는 암묵적으로 돌아가면서 간식을 사는 분위기였지만,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늘 받기만 했고, 어떤 사람들은 한 번쯤 챙겨야겠다고 마음먹곤 했다. 나도 이제 한 번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매점에 문의해 보니, 우유 한 개에 1,200원, 계란 하나에 700원이었다. 하루에 10명 정도만 계산해도 2만 원가량이 든다. 그런데도 미영 언니는 매일같이 우유를 사 놓았다.

그녀는 단순히 베풀고 싶은 걸까? 돈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수영장 운영을 돕기 위해서일까?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 각박해서일까, 나는 그녀의 선의를 의심하는 스스로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영을 마치고 마시는 우유와 계란이 유난히 달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금요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날, 나도 한번 바구니를 채워볼 생각이다.

누군가의 호의가 너무 지속되면 의심부터 하는 사회.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믿어보기로 했다. 적어도, 수영장에서는.

(10시 타임을 마치고 씻고나오면 11시10~20분.

딱 출출하고 홀로 점심 먹기 참 귀찮을 때

우유와 계란 2알은 다이어트 식이 되기도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깊은 물로 한 걸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