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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탈의실에서 듣는 연예계 비하인드

여성 전용 수영장 분투기

by 다씽


수영장을 다니다 보면 물속에서 배우는 것만큼이나 탈의실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부터,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인생의 지혜까지. 그런데 오늘은 좀 색다른 이야기였다.


이 날따라 주차이슈로 평소보다 빨리 도착했음에도 강습시간에 늦어버렸다.

부랴부랴 탈의실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옆에서 들리는 익숙한 이름들.

"god… 전지현… 정우성…"

순간 귀가 쫑긋해졌다. 아니, 내가 한때 좋아했던(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가수 배우들의 이름이 탈의실에서 왜 나오는 거지? 가만히 듣고 보니, 아주머니 한 분이 아주 신나게 썰을 풀고 계셨다.

“내 조카가 god 매니저였잖아.”

오호라. 단순한 팬이 아니라 실제 연예계를 가까이서 경험한 분이라니, 더 흥미가 생겼다. 아주머니는 조카분 덕분에 수많은 연예인을 봤다고 했다. 조카가 결혼할 때도 많은 스타들이 축하하러 와서, 가족들은 마치 시상식장에 온 기분이었다고.

그중에서도 단연코 압도적인 존재감은 정우성이었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연예인은 정우성이더라! 정말 잘생겼더라! 몇 년 전이니까 젊었잖아 엄청 더 잘생겼었지~

이 말을 들으니 괜히 나까지 설레었다. 물론, 스크린 속 정우성도 멋있지만, 직접 본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그 비주얼이라니… 실물은 얼마나 더 잘생겼다는 거야?

아주머니는 당시 중학생이었던 자녀들이 연예인들을 본다고 너무 신나서 난리도 아니었다며 그때의 광경을 떠올리며 웃으셨다. 듣다 보니 그 조카분이 단순한 매니저가 아니라, 꽤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많은 연예인들이 결혼식에 왔을 리가. 아니면 소속사 내 여러 연예인을 담당하는 실력자였던 걸까?


"그 왜~ 싸이더스라고 유명연예인 소속사 있잖아~"

나는 이런 것도 알아 너희들은 모르지~ 하는 약간의 거들먹거림이 섞인 목소리로 소속사의 이름을 말하면서 자식자랑이 아닌 조카 자랑을 널어놓는 관경을 접한 오늘의 수영장.

** 싸이더스가 아직도 있나? 하고 찾아보니 '정확한 명칭은 싸이더스HQ 였고 iHQ로 바뀌었다가 현재는 KH그룹이 21년에 인수하면서 KH iHQ로 변경되었음

** 싸이더스라는 영화 제작 및 배급사



(아차, 나 지각했는데.. 빨리 들어가야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수영장이란 참 묘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하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이렇게 탈의실에서 펼쳐지는 에피소드들이 더 재미있을 때가 많다. 그냥 평범한 일상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듣게 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

오늘도 역시 수영장에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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