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로운 시작 남녀노소 누구나 설렌다

부모님의 새출발

by 다씽



우리 엄마, 아빠는 20년 동안 동네에서 슈퍼를 운영하셨다. 매일 익숙한 손님들을 맞이하고, 가게를 지키며 삶을 꾸려오셨던 두 분. 그런데 얼마 전, 부모님이 슈퍼를 정리하고 편의점으로 새 출발을 하셨다.

편의점 오픈 준비부터 나는 부모님 곁에 있었다. 청소도 하고, 물건도 진열하면서 작은 손길을 보탰을 뿐인데도 엄마, 아빠는 "네가 도와줘서 정말 든든하다"며 고마워하셨다. 사실, 그보다 더 뿌듯했던 건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20년 동안 슈퍼를 하실 때는 볼 수 없었던, 활기찬 표정과 분주한 손길. 나이는 들어도 새로운 출발 앞에서는 설렘과 기대가 앞서는 것일까? 때론 조금 격양된 말투도 나오셨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좋았다. 부모님의 삶에 다시 열정이 깃들고 있다는 뜻이니까.

편의점은 개인이 운영하던 슈퍼와는 또 다른 시스템이었다. 기업이 관리를 해주면서 배워야 할 것도 많아졌고, 손님들의 발길도 예전보다 잦아졌다. 매출도 조금씩 올랐다. "힘들지만, 너무 행복하다"는 엄마, 아빠의 말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오래된 단골 손님 한 분이 부모님께 이렇게 말했다.
"내가 20년 동안 사장님 부부를 봐왔는데, 이렇게 행복한 표정은 처음 본다."

그 말이 얼마나 뭉클했는지 모른다. 같은 자리, 같은 일터지만 변화는 부모님을 더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주말에만 겨우 찾아뵐 수 있는 거리라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전화를 걸 때마다 엄마의 목소리는 밝고 힘이 넘친다. 요 몇 년간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지금은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큼은 편안하시단다.

"시작이 좋아서 정말 다행이야."

엄마의 말 한마디에 내 마음도 놓인다. 앞으로 우리 부모님 앞날에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새로운 출발을 힘차게 해나가시는 두 분이 그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영장 탈의실에서 듣는 연예계 비하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