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 수영장에서 살아남기
나는 절대 저렇게 하진 않을 테야!
오늘도 평화로운 오전, 수영장에서 땀도, 스트레스도, 오징어 짬뽕 같은 복잡한 감정들도 말끔히 씻어내고 나왔다. 늘 그렇듯 물속에 있는 그 시간은 유일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라 좋아하는데… 오늘은 그 평화를 조금 깨트리는 순간이 있었다.
수영이 끝나고 탈의실에서 머리를 말리며 나갈 준비를 하는데 다음 타임 수영? 아쿠아로빅? 하는 할머님이 들어오셨다. 입구 쪽 수건 바구니를 지나면서 한 할머니께서 무엇인가를 툭, 집어 드시는 걸 봤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응? 뭐지? 에이 설마 그거… 다른 사람이 쓰던 수건?
맞았다. 누가 봐도 방금 쓰고 세탁을 위해 내놓은 수분을 가득 머금은 듯 축 늘어진 수건 한 장. 그걸 아무렇지 않게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시는 그 모습. 정말 자연스러운 캐치라서 더욱 충격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두 번 하신 손놀림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에? 그거 남이 쓴 건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목구멍에서 슬금슬금 기어 들어갔다.
한 달에 1만 원만 내면 수영장 수건을 하루 2장까지 대여할 수 있는데. 수건 안 가져오셨으면 카운터에 이야기하고 입구에 있는 수건함에서 꺼내오면 될 텐데.
왜 하필… 남이 쓰던 걸…?
그 모습을 본 나의 머릿속은 혼돈의 카오스! 였다.
“아, 수건 요금 아까우셨나?”
“집에서 챙겨 오셨다가 깜빡하셨나?”
“그냥 잠깐 물기 닦는 거라 괜찮다고 생각하신 걸까?”
“설마 위생 개념이 좀 다르신 걸까?”
“혹시 자주 오시는 분이어서 대충 쓰시는 걸까?”
“에이 매일 오면 더 잘 아실 텐데? 충격..."
별의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았고, 그분이 탈의실 안으로 사라진 후에도 한동안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살짝 찝찝했다.
그분이 수건을 어떻게 사용하셨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몸의 물기를 닦으셨는지 세면바구니, 세면도구의 물기를 닦으려고(종종 이렇게 사용하시는 분은 본 적이 있다.) 하셨는지 아니면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하셨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나는 절대 저렇게 하진 않을 테야.”
속으로 다짐 또 다짐을 하며, 수많은 물음표만 남긴 체 찝찝하게 수영장을 나선 날이다.
세상엔 참 많은 사람이 있고,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수건은, 제발, 각자 쓰자고요…
하루 이용료 천 원보다 더 값진 ‘청결’이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