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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Once is not enough!


"우리 이곳에 자주 와요! 정말 기분 좋게 먹었어요!"


오늘 아침 올림픽공원에 있는 V레스토랑에서 가족과 조식을 한 후에,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얘기였다.


올초 운동삼아 집에서 한강공원을 따라 걷다가 아산병원 둑길을 지나 올림픽공원을 가로질러 들어와 쉬던 곳이 올림픽공원역 인근 편의점이었다.


그곳 파라솔 아래에서 드립 커피를 마시곤 했는데, 우연히 V레스토랑 앞을 지나다가 주말 아침(09~11시) 샐러드 뷔페 광고를 보고 언제 한번 가족과 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로 시간을 내기 어려워 고민하다가, 2주일 전에 잡은 날짜가 오늘이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늘 6시 이전에 일어나는데, 주말은 좀 쉬자는 아이들의 성화에 우리는 주중보다 한 시간 늦게 식사하고, 그다음에 청소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은 평소보다 2시간 넘게 늦잠을 잔 후에, 간단히 세수를 하고, 차를 몰아 V식당에 도착한 시간은 9시 10분이었다.


애초 계획은 30분 일찍 서둘러 올림픽공원을 산보한 후에 가려했지만, 비가 계속 내려 할 수 없이 차로 갔다.


그런데 조금 더 늑장을 부렸다면 창가 분위기 있는 좌석은커녕, 방역 거리두기로 한 칸 건너 자리는 만석 되어 하마터면 안쪽 구석이나, 대기자 명단에 오를 뻔했다.


휴일이라 다들 늦잠을 자다 보니 브런치를 먹는데, 식사 준비하는 것이 귀찮고, 집에서 먹는 비용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아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놀랐다.


창문 너머 빨간, 파란 우산을 들고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마치 해외여행 중에 호텔 레스토랑으로 내려와 아침식사를 하는, 그런 이국적인 기분이었다.


빵과 샐러드, 과일, 요구르트, 수프에 베이컨과 와플 등이 있는 간단한 컨티넨탈 식이 었으나, 그다지 과식하지 않는 우리 가족의 아침으로는 제격이었다.


아이들은 4~5차례 오가며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져왔고, 우리 부부도 뜨끈한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며 즐겁게 식사하였다.


그리고 후식으로 커피, 주스, 그리고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하며 얘기를 나누니 행복이 따로 없었다.


아내는 며칠 전까지 인터넷을 뒤적이더니 이곳은 별로 먹을 것이 없다며 다른 곳을 찾다가 24시간 국밥집이나, 기사식당 이외에 갈만한 곳이 없어 시큰둥하여, 나는 언젠가 영화에서 본 "Once is enough! 를 떠올리며 설득하였다.


그런데 아내는 지난번에 바로 옆에 있는 파리크라상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던 비용과 비교하더니, 다음에 이곳에 또 오겠다며 웃음 지었다.


좁고, 어수선하며, 제한시간에 쫓기듯 먹던 그곳 커피가 5천 원씩이나 하는데, 이곳은 분위기가 있고, 더구나 다양한 음료를 마음껏 마실 수 있고, 든든한 식사까지 할 수 있어 더 좋다고 하였다.


봄비 내리는 휴일 아침에, 집을 떠나 올림픽공원 내 멋진 V레스토랑에서 점심과 저녁도 아니고 아침식사를 하다니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더구나 제휴 통신사 할인으로, 어제 서울숲 공원 식당에서 친구들과 먹던 돈가스 정식보다 더 싸고 푸짐하게 한 끼, 아니 두 끼를 해결했으니 이 또한 대단한 일이 아닌가!


왜냐하면 우리 가족 어느 누구도 점심 먹자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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