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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한강공원

요즘 한강을 자주 찾는 이유는 최근 늦바람으로 즐기기 시작한 자전거 여행때문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하늘이 맑아졌고,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오지않아 두어달 전부터 혼자서 혹은 친구와, 그리고 아내도 설득하여 가까이는 올림픽공원으로, 멀리 풍광이 멋진 남양주 두물머리까지 자전거 하이킹을 하였다.



그때 바라본 한강은 어느 외국의 유명한 하천 못지않게, 아름답고 또한 웅장하여 어느 날 시원한 그늘에 앉아서 마냥 바라보거나, 책이나 읽으며 소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식사를 마친 후에 집에서 TV나 보며 쉬겠다는 아내를 꼬득여 돗자리, 캠핑의자, 그리고 먹거리 등을 가득 카트에 싣고 한강공원으로 갔다.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넓고 푸른 잔디공원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우리는 햇빛을 가려주는 큰나무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고, 의자 깊숙히 앉아 지나가는 젊은 자전거족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집 보다는 이런 멋진 공원이나 카페에서 아내와 얘기를 나누면 분위기때문인지 즐거웠고, 엉킨 실타래같은 문제가 이상하리 만치 술술 풀렸다.



얼마쯤 지났을까, 70세는 되어 보이는 부부와 과년한 딸 둘이 우리 앞자리를 차지하며 짐을 풀었고, 하나 둘 피크닉족들이 우리 주변을 메꾸기 시작했다.



우리 앞집 4인 가족은 부부가 빨강, 파란 캠핑의자에 나란히 앉았는데 자세히 보니 부부의 겉옷 색깔과 똑같아 웃음이 나왔고, 딸들은 바닥에 앉아 턱이 높은 간이식탁을 사이에 두고 부모를 위로 쳐다보며 얘기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또한 뒷집도 4인 가족인데 젊은 부부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비눗방울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니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렇지만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늘어진 나뭇가지에 매달려 마치 타잔처럼 소리치며 흙먼지를 피우는 아이들이 있지만 공공질서를 해치는 그런 행위를 지적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손자들의 장난을 방관하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할아버지에게 가서 자제해 줄 것을 부탁드리니 공원에서 가지치기를 안했다고 하여 어이가 없었다.



나는 공원 사진을 찍어 우리 아이들과 몇몇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보내니 즉시 답글이 왔고, 한 친구는 가족들과 동해안 삼척을 여행하고 있다며 시원한 바다사진을 보내왔다.



점심을 먹고 나른해질 때, 어느 청년이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와 빈의자에 앉아도 되냐고 하여, 순간 "이상한 사람 다보네!" 하고 생각했는데 아들이었다. 


녀석은 내가 보낸 사진을 분석하여 위치를 파악하였고, 우리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엿보다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하였다.



아들이 합류하니 갑자기 가요무대 분위기에서 K팝무대로 변했고, 아내는 미스터트롯 임영웅 혹은 그녀가 좋아하는 팬텀싱어와 마주한 듯 아들만 쳐다보며 얘기하였다.



아들이 떠난 후에, 나는 갖고 온 책을 마저 다 읽고, 돗자리에 누워 다시 음악을 들으니 잔잔한 행복이 밀려 들어왔다.



우리 가족은 매년 여름이면 1시간 넘게 차를 몰고 축령산 자연휴양림에 있는 차거운 계곡물에 발을 담갔는데, 작년에는 가뭄이라 매표소에서 헛걸음을 쳤다.



깨끗하고 숲이 우거진 축령산이 좋긴 하지만, 이곳 한강공원은 화장실과 매점 등 편의시설이 많고, 도보로 집에서 10분 거리여서 무엇보다도 오고 가며 뿌리는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 부부는 저녁 6시가 다되어 하루종일 뒹굴던, 시원한 나무그늘 하우스를 정리하고, 오디가 익어가는 뽕밭길을 지나 귀가했다.



다음에는 이곳에 돗자리를 넓게 깔아, 과일과 음료수를 가운데 테이블에 올려놓고, 아이들과 의자에 빙 둘러앉아 비정상회담을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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