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규선 Sep 13. 2021

봄이 오면


오늘도 걷는다 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지나온 자국마다 눈물 고였다

선창가 고동소리 옛님이 그리워도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


옛 대중가요 '나그네 설움'에 나오는 가사다.


요즘 걷는 재미에 푹 빠졌고, 걷다 보니 이 노래의 첫 소절 "오늘도 걷는다 마는"이 입안에서 맴돈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하다가, 날이 따뜻해지니 확실히 공원에 사람들이 많아졌고, 특히 건강을 위해 혼자서 혹은 둘이서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나의 H대학 과 선배이자, 나의 큰 바위 얼굴이었던 캐나다 외삼촌은 젊은 시절 수출역군으로 매스컴에 오르며 세계시장을 주름잡았고, 지금도 나의 롤모델로서 멋진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


올해 팔순이신 외삼촌은 카톡으로 매일같이 재미있는 영상이나 정겨운 노래를 보내주시지만, 대부분 삶의 지표와 등대가 되는 유익한 글이 많고, 그중에 최근에 "100세까지 걸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글을 읽으니 느끼는 바가 컸다.


"사람은 며칠만 못 걸어도 우울증에 빠지고 건강이 나빠져 폐인이 된다. 노년이 돼도 걸으면 살고, 못 걸으면 죽는다. 100세까지 활발하게 걷자!"


오늘 종친회에서 60대 초반의 이사 한분과 얘기를 나눴다.


170cm 키에, 몸무게는 100kg가 넘는 비만인 그분에게 예전보다 뒤뚱거려 건강에 이상이 없느냐고 물으니, 매주 두 차례 병원에 가서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젊은 시절 체력을 과신하고 음주하며, 운동도 하지 않아 현재 고혈압에 당뇨병까지 겹쳐서 그의 친형인 종친회 회장 얘기로는 그는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고 하여 놀랐다.


요즘 카톡, 밴드 등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니 주변에 건강을 잃거나,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지인들이 많아 무척 가슴이 아프다.


나는 강골이 아니고, 특별히 좋아하는 운동도 없지만, 아픈 곳이 없고, 30년 넘게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아내는 연애시절 팔씨름에 진 적이 별로 없다며(나는 남을 이겨 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결혼했는데) 건강을 자신했는데, 수년간 직업병을 앓고 나더니 나이 들어가며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 96세 백 부모님은 아직도 청춘이라며 건강하신데, 그때까지는 아니지만 평균수명까지 같이 재미있게 사는 것이 지금 우리 부부의 작은 소망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코로나 때문에 스포츠센터 이용권을 끊을 수 없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주일에 한 번은 한강공원과 올림픽공원 등을 산책하며 건강을 다지기로 했다.


우리는 가볍게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부터, 종합운동장, 천호대교, 그리고 올림픽공원 방향까지 8개 산보 코스를 개발했다.


이는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방향이 정해지지만, 매번 같은 코스를 가는 것보다 변화를 주어 신선하고, 계절 따라 변하는 주변의 풍경을 보고 걸으며 느끼는 감정이 달라 얻는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겨울에는 천호대교로 가려다가 강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가 되어 중도에 포기하고 간 곳이 풍납동이었고, 그곳 재래시장에서 오랜만에 따끈한 붕어빵을 먹으며 장도 봐서 1석 3조를 거두었다.


얼마 전에는 한강공원에서 아산중앙병원 둑길을 지나 올림픽공원에 갔고, 오늘은 소마미술관과 한성백제박물관 뒷길 등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니 이색적이어서 즐거웠다.


그리고 최종 도착지인 올림픽공원역 옆 CU편의점에서 가성비 좋은 드립 커피를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고, 뉘엿뉘엿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성내천을 따라 집으로 향하니 마치 시골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벌써 공원과 개천에는 개나리, 산수유가 꽃망울을 피우기 시작했고, 아파트 정원 한가운데 자리한 매화는 보란 듯이 활짝 꽃을 피웠다.


어느새 낮 기온은 영상 15도가 되어 확실히 우리 곁에 봄이 왔음을 느꼈고, 내일부터 3월이라 청라언덕 위에도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질 것이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꽃의 향연을 보려고, 우리는 동네 산보 수준에서 벗어나 한강변을 따라 행주산성이나 양수리까지 자전거 여행을 할 것이고, 또 기운을 내서 이곳저곳 등산도 할 것이다.


그러면 더 건강해지고, 더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여행할 수 있지 않은가!


와!  봄이다!  드디어 봄이 왔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작가의 이전글 왕의 능을 걷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