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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동행자


오늘 오랜만에 매제를 만나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요즘 반도체, 바이오, 2차 전지 등 활황으로 주식시장이 무척 뜨거운데, 주로 기계 및 중화공업종 위주로 헤드헌팅 사업을 하는 나, 일본에서 중고기계를 수입 유통하는 매제 모두 제품군이 다른 사업을 하고 있어 호황은 남의 얘기이다.


비즈니스가 줄어 심심하다며 그는 한 달 전부터 화성공장에 놀러 오라고 했는데, 연말연시라서, 추워서 시간을 못 내다가 오늘 친구들과의 약속이 불발되어 생각난 김에 화성시로 차를 몰았다.


우리는 공장 옆에 예쁘게 지은, 마치 캐나다풍  2층 집에서 잠시 얘기를 나눈 뒤에 식사를 하러 융건릉 인근 한정식집으로 갔다.


식사를 마친 후에 방문한, 공장에는 수십 대의 각종 기계들이 미래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기술자가 밀링머신을 수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뜨거운 장작난로에 둘러앉아 진한 커피를 마시며 사업 얘기를 시작으로 가족, 건강, 그리고 취미생활까지 주제를 바꿔가며 대화를 나눴다.


1년에도 몇 차례 만나 식사하고, 등산하며, 또 수시로 전화하며 안부를 묻지만, 커다란 난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얘기하니 무척 낭만적이었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성격도 비슷해 맞장구를 칠 때마다 기분이 좋았고, 실내는 따뜻한데 키가 큰 대나무 울타리 너머 쓸쓸한 겨울 풍경을 슬금슬금 쳐다보는 느낌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사업차 1년에 10여 차례 일본을 들락거렸고, 지인들과 가끔 골프를 쳤지만, 요즘은 코로나 비상시국이라 두문불출하며 공장 옆에 붙어있는 별장 같은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꽃과 나무를 돌보고, 그리고 목공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오래전 여동생이 집들이를 했을 때, 매제가 버려진 고목을 갈고닦아 손수 만든 각종 목공예품(테이블, 의자, 화분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꼼꼼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가 이렇게 손재주가 좋은 지 그때 처음 알았고, 지금 내가 앉은 긴 의자까지 제작했다니 아무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지금까지 신용과 성실을 자산으로 그럭저럭 사업해왔지만, 워낙 국내 경기가 안 좋아 앞날이 걱정된다고 하였다.


거기에 그는 최근에 전립선암 판정을 받아 이달 말에 수술을 받게 되어 집안 분위기가 더 우울해졌다.


나는 수년 전에 우리 부부와 함께 미국 서부와 동유럽을 여행했던 멋진 추억을 그에게 언급하며, 빨리 완쾌되어 또 부부동반으로 좋은 곳에 놀러 가자고 제안했다.


생각해 보면, 내 맘대로 걷고, 보고, 즐길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아 씁쓸하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만지며 창문 밖을 쳐다보니, 어느새 그림처럼 하늘에서 펄펄 함박눈이 내린다.


이미 주차장이 된 과천, 의왕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30분 만에 집에 도착하니 매제에게서 카톡이 왔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먼저 일본 온천여행을 함께 가시지요!"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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