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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나이를 먹으면서


코로나 때문에 우리들의 일상생활이 단조롭고, 불편하게 변한 지 어느덧 반년이 되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등산, 결혼식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자제하며 혼자 다니거나 혹은 소수의 인원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보니 1주일에 한두 번 시간을 내어 공원을 산보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낙인데, 가끔 마음에 맞는 친구와 동행하기도 한다.


그중에 멀리 서초에 사는 K는 자전거로 양재천과 종합운동장 옆 탄천을 지나 40분을 달려 나를 보러 온다.


오늘도 우리는 올림픽공원을 한 바퀴 돈 후에, 그늘진 등나무 쉼터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는 얼마 전에 아내와 종합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부부 모두 예상치 않은 병을 발견하고 치료해 다행이었다.


또한 엊그제 그는 공동화장실 문 옷걸이에 열쇠 꾸러미를 걸어놓고 볼일을 본 후에 그냥 나와 몽땅 잃어버렸다.


그는 코로나 때문에 사업도 안되는데 자동차, 회사, 집 하물며 은행업무까지 모두 마비되어 며칠째 정신이 없었다.


최근에 나도 아내와 송파 둘레길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올림픽공원 내 편의점 의자에 배낭을 걸쳐놓고 온 적이 있었다.


거의 집에 도착할 무렵, 양쪽 어깨죽지가 허전한 것을 알아차려 쏜살같이 올림픽공원으로 가서 되찾았다.


그동안 몇 차례 전과(지갑 분실, 휴대폰 찾음)가 있는 K에게 나는 지금까지 우산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는다고 자랑해왔는데, 앞으로는 말조심할 일이다.


K가 선약으로 일찍 떠나, 나는 같은 동네에 사는 L에게 전화하여 자전거를 타고 올림픽공원으로 오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는 최근에 집에서 식탁 의자에 부딪혀 오른발 새끼발가락이 부러져 3개월간 깁스를 한다고 하였다.


그는 자타공인 스포츠맨으로 이미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국종단 사이클 종주 기록을 갖고 있는데, 수년 전에 강원도를 여행하다가 내리막길에서 넘어져 어깨를 다쳐 수개월 고생했었다.


~~~~~~


최근에 만난 친구 L이 나에게 한 얘기가 지금도 귀에 맴돈다.


국내 최고의 S대학교수로 있는 그의 언행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으나, 오랜만에 만나 들은 얘기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친구를 거의 만나지 못했고, 재미있게 살지도 못해 이승에서의 삶은 실패했다고 원망하였다.


또한 스트레스를 풀려고 담배를 배웠는데 지금도 한 갑을 피우고 있고, 그의 사무실은 담배연기에 찌들어 동행했던 다른 친구는 고개를 설레설레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저혈압이라 담배를 피워 혈관을 막아 정상혈압을 유지한다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는 조만간 열리는 국제세미나의 대회위원장이라 영어가 걱정이라고 한다.


그것보다는 코로나 때문에 비 대면하는 화상 방식이어서 담배 냄새나는 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 하나 둘 지인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사소한 실수로 물질적, 정신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재미있게 사는 것이 진정한 축복 아닌가!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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