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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천장산을 아시나요?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청량리동, 석관동에 걸쳐 있는 해발 140m의 산으로, 한국예술 종합학교(한예종), 외국어대 그리고 경희대 뒤에 있는 ‘하늘이 숨겨놓은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숙종과 한국 역사의 큰 파란을 일으킨 장희빈 사이에서 태어난 '경종'(제20대)이 묻힌 의릉 정문을 통해서 나는 5년 전에 처음 올라갔다.


그때 의릉을 걸으며 병약하여 4년 만에 승하한 경종과 경국지색의 요부 장희빈을 생각했고, 1962년에 만든, 소위 이문동 안기부 건물을 쳐다보며 근대 아픈 역사의 현장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친구들, 포 브라더스(4명)는 이번에는 의릉 정문을 통하지 않는 코스로, 즉 상월곡역 3번 출구에서 만나 래미안 석관 아파트와 한예종 캠퍼스를 지나 철망이 쳐진 천장산 둘레길을 올랐다.


산을 끼고 있어 조용한 래미안 아파트 뒤에 있는 한예종 후문은 코로나19 때문에 폐쇄되었는데, 100미터 더 내려가니 한예종으로 들어가는 공간이 보였다.


국립대학인 한예종은 예술 대학답게 캠퍼스가 이색적이었고, 학생들과 차량통행이 없는 주말이라서 그런지 한적해서 좋았다.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같이 예쁘게 조성된 연못을 지나 둘레길을 오르니 숲 속은 어느새 푸른 나무들로 우거졌고, 이름 모를 새소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어제 비가 와서, 맑고 깨끗한 날씨 덕분에 천장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산 자락은 마치 그림 같았고, 이곳 벤치에 기대앉아 마냥 쉬고 싶었다.


우리는 각자 갖고 온 간식을 나눠먹었고, 이번 총선 결과를 평가하며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얘기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천장산 둘레길을 나오니 다시 상월곡역 방향이어서 우리는 주택단지를 따라 걷다가, 또 한예종에

 들어갔고, 의릉 정문 앞을 지나 외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접근이 금지된 이문동 재개발단지를 지나니 우뚝 솟은 외대 본관이 보였고, 그 뒤로 경희대 평화의 전당이 천장산과 어깨동무하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외대 캠퍼스 벤치에 앉아 대학생들의 발랄한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는 것도 좋았지만, 방송사 사장까지 했던 Y를 통해 이번 총선에 출마한 몇몇 후보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것이 더 재미있었다.


외대에 인접한 경희대 후문도 코로나 때문에 막혀있다고 하여 우리는 청량초등학교를 끼고돌아 카페골목을 나오니 경희대 정문이 보였다.


학창 시절 한의예과를 다녔던 친구를 따라 몇 번 가보았던, 아름다운 경희대 캠퍼스 구경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다음에 하기로 했다.


우리가 찾은 먹자골목 내 1층 식당은 벽이 없는 오픈형으로 바뀌어 분위기가 좋았고, 인근의 2층 카페는 20대 생기발랄한 청춘남녀로 만석이었지만 우리 포 브라더스가 들어가니 적어도 20년 이상 중후화 되었다.


우리는 사각 테이블에 편안한 자세로 둘러앉아 다시 작금의 정치와 경제부터 집안 얘기까지 시시콜콜 수다를 떨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단지 커피 한잔 값으로 그렇게 오랫동안, 정말 재미있게 웃으며 떠들었던 것은 처음이었고,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보낸 기분이었다.


아침 10시에 만나 걷고, 먹고, 얘기하다 보니 저녁도 함께 또 먹어야 될 것 같아 묵직해진 엉덩이를 훌훌 털고 회기역으로 갔다.


확인해 보니,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천장산이 처음이었고, 한두 친구는 한예종, 외대 그리고 경희대도 초행이라고 하여 놀랐다.


청명한 날씨를 선택해 준 나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는 Y의 위트에 살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면, 다음 달 모임은 우중산책을 해볼까?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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