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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임대소득자


마포에 혼자 사시는 모친의 건물을 내가 관리하고 있다.


그곳은 4층 다가구주택이어서 월세가 제 날짜에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또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쁘다.


그래서 수시로 생기는 전기공사, 도배작업 등 작은 문제는 동네 가게에 부탁해 처리한다.


그런데 수십만 원 혹은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 큰 문제는 인터넷에서 전문가를 찾아 현장에서 만나 최종 협상한다.


그러다 보니 내 본연의 사업도 바쁜데, 공사 시작부터 최종 마무리까지 낮이고 밤이고 수 차례 모친 댁을 방문하는 것은 예사였다.


작년 가을, 옥상의 천장을 지지했던 구조목이 갑자기 내려앉아 공사했을 때의 일이다.


그때 3곳 거래처 직원과 시간 차를 두고 옥상에 올라 현장을 보며 가격을 문의하니 50만 원, 100만 원 그리고 27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단순한 공정이라 얼마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보았는지 2~5배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동생들에게 얘기하니, 중간 가격인 100만 원선에서 하는 것이 어떠냐고 하였다.


나는 그것도 아까워서 50만 원 견적을 내신 분에게 문의하니 1년 동안 하자발생 시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받고 진행했다.


수 차례 모친 댁을 공사했던 동네분이라 그런지 믿음이 갔고, 반나절만에 깨끗하게 잘 완료하였다.


~~~


지난주 A세입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베란다에 새로 세탁기를 놓으려고 하는데 냉온 수도가 막혀있어 물이 안 나온다고 하여 어떤 기술자에게 전화하였더니 수리비 15만 원을 달라고 하였다.


얘기를 들어 보니, 3년 전에 K보일러를 설치할 때 기사가 그곳을 막아 이번에 배관기사를 불러 고치겠다고 하였다.


어제 토요일 오후 약속시간에 맞춰 현장에 가보니, K사 복장을 한 60대 B기사가 수도꼭지를 가리키며 철제여서 녹이 나오므로 이번에 이것까지 교환하라고 하였다.


확인해 보니 B는 그냥 K보일러 유니폼만 입었고, 내가 당장 알고 싶은 수리비용은 내부를 모두 분해한 후에 파악할 수 있다고 하였다.


나는 A세입자에게 B는 장사꾼 같아 믿을 수 없고, 다음 주 보일러를 설치했던 K사 서비스센터에 직접 문의해서 수리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애써 A세입자가 직접 연락해 수리차 방문한 B기사에게 나는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처음 보고 느낀 그대로 그분은 무례하게 행동한 후에 떠났다.


B가 조금 더 공손하고, 또 믿음직스러웠다면,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몇만 원 정도는 더 지불하며 공사를 했을 것이지만 안 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


방금 C세입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기차단기가 고장이 났는지, 불이 안 들어오네요!''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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