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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중학교 4인방

우연히 원로가수 오기택 씨의 '영등포의 밤'이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갑자기 친구들이 생각났고, 이번에 안되면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걱정되어 연락했다.

내가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친구들을 불러 영등포의 어느 식당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던 것은 2001년 초여름이었다.


그 후 개인적으로 둘, 셋이 만난 적은 가끔 있었지만, 이렇게 4명이 모두 만난 것은 근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서울 마포에 있는 S중학교를 졸업할 때 우리는 도원결의를 하듯 문과 2명, 이과 2명으로 4인방을 조직했다.


문과 2명(A, B)은 모두 법학박사인데, 한 친구(A)는 지방대학교에서 대학원장으로, 또 다른 친구(B)는 중견기업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과 2명(C, D) 중 C는 중소기업의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나는 하루에도 2~3차례 신문에 소개되는 최고 전략연구기관인 싱크탱크의 이름을 걸고(?) 서치펌 회사 대표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우리들은 중, 고교시절에 북아현동 우리 동네 빈터에서 야구를 하거나, 은평구 진관동에 살던 C의 넓은 마당에서 놀곤 했다.


그 후에 결혼식장과 상갓집에서 만났고, 서로 집들이를 하면서 부부끼리 얼굴도 마주하였다.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만났지만, 친구들의 말투와 행동은 어릴 적 그대로였고, 사고방식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멋진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고, 천천히 걸으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얘기를 나눴다.


4인방 중에 유일하게 작은 아들을 장가보낸 A는 모로코 여인을 며느리로 맞았고, 글로벌한 그들 젊은 부부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또한 큰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어 1년에 1억 원가량 돈이 들었다고 하며 대학원장이지만 힘들었던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토로하였다.


그러다 보니 녹내장이 발생하였고, 위험해서 수술하지 않고 현재 약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여 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는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에 몇 차례 갔고,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해발 6천 미터)도 정복했다고 하여 우리는 등산광인 그에게 엄지 척을 했다.


C도 우울증으로 3년간 고생했고, 최근에는 백내장과 난시 수술까지 받아 완쾌되었지만, 건강을 위해 그토록 좋아했던 술은 전혀 하지 않고, 요즘도 주말마다  전국의 웬만한 산은 다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였다.


중학생 때 전교 1등을 했던 B는 호기심에 대학시절 6개월만 피겠다고 약속한 담배를 지금도( 1~2년간 금연한 적도 많다고 함) 피우고 있어 우리들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도토리 키재기 시절인 중학생 때 만나, 평생을 같이 하자고 결성한 4인방 대부분은 어느새 움직이는 병원이 되었지만, 다행히 아직도 모두 현역으로 뛰어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는 술잔을 부딪치며 작금의 정치, 경제부터 임진왜란, 금 모으기 운동, 그리고 촛불집회까지 거론하며 우리 민족은 대단하다며 국난극복을 위한 단결심에는 한 목소리를 내었다.


시간이 다되어 석촌호수와 롯데월드타워의 화려한 조명을 뒤로하고, 앞으로 자주 만나기로 약속하며 잠실역에서 헤어졌다.


우리 친구들의 법적인 문제는 자기가 모두 해결하겠다며 변호사를 꿈꾸었던, 까까머리 중학생 B의 보조개 깊은 웃는 얼굴을 그리며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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