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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선 Sep 13. 2021

남도 여행


얼마 전에 아내와 1박 2일 전라남도 광주, 해남, 여수 그리고 순천을 다녀왔다.


수년 전에 목포 유달산, 여수 오동도, 순천만 습지와 낙안읍성 그리고 진안 마이산 등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가보지 못한 명소를 골라 찾아간 것이다.


우리는 먼저 광주시 양림동 역사마을에 갔다.


1주일 전에 중앙일보에 양림마을이 소개된 것을 우연히 보고 관심 있었는데, 얼마 전 관광안내소에서 받아본 소책자에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100선에 양림마을이 또 소개되어 이번 기회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과거 빈민촌이었던 양림동 펭귄마을은 버려진 잡동사니를 모아 예쁘게 장식하였고, 담장에는 벽화까지 그려 넣어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명소가 되었으며, 카페도 세련되게 꾸며져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칠순이 넘은 문화해설사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들으며 펭귄마을 이곳저곳을 구경했고, 그곳을 명소로 만든 촌장님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근에 있는 양림동 언덕은 광주의 100년 세월을 품으며 서양 가옥과 전통가옥이 공존하고, 이들 건축물들이 서로 마주 보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었고, 우일선 사택과 피터슨 선교사 사택을 오르내리니 마치 대구에 있는 청라언덕을 걷는 느낌이었다.


저만치 무등산이 쳐다보여, 나는 소위 계급장을 달고 광주 상무대에서 4개월간 ROTC 포병장교 훈련을 받았을 때 올랐던 것이 생각나서 차를 몰고 무등산으로 향했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니 바로 숲이 보였고, 남한산성을 구불구불 오르 듯 20여 분 만에 무등산 중턱에 있는 식당가에 도착했다.


정상이 보이거나, 그렇다고 광주시내도 볼 수 없었지만, 바람 부는 시원한 마룻바닥에 앉아 흐르는 계곡물을 쳐다보며 묵무침과 산채비빔밥을 먹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오랜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어 서둘러 차를 몰고 내려와, 해남에 있는 한반도 땅끝마을로 갔다.


'해남 아씨 물 한 모금 주구려'의 이곳을 상징하는 해남 아가씨 노래를 읊조리며 본, 10여 Km 남짓 드라이브 코스는 정말 환상적이었으며, 크고 작은 섬과 바다가 아름답게 어울려 이곳이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임을 실감하였다.


친구의 극진한 저녁 대접을 받고 아쉬움을 안은채, 감성을 자극하는,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 여수 밤바다'를 흥얼거리며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여수로 향했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 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아침부터 바삐 돌아다녀 피곤하여 여수 밤바다는 비록  걸어보지 못했지만,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본 여수 밤바다는 노랫가사만큼이나 낭만적이었고, 아침에 걸었던 여수는 아열대 꽃과 나무로 꾸며져 이국적이어서 색다른 멋을 안겨주었다.


여수 향일암은 전국 최고의 일출 명소로 글자 그대로 '해를 향한 암자'로 국내 4대 관음성지인데, 무성한 동백나무 숲과 아열대 식물이 울창하게 펼쳐진 금오산과 탁 트인 바다가 장관이었다.


편한 장소에 앉아 마냥 바다만 바라보고 싶었지만,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 내려와, 올라갈 적에 눈여겨보았던 예쁘게 꾸민 카페에 들어가 따스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폼 잡고 멀리 남해바다를 쳐다보았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니 기다렸다는 듯 차 한 대가 깜박거리며 다가왔고, 좁은 골목을 완전히 빠져나가니 향일암으로 들어가는 도로는 수십 대의 차가 일렬로 대기하여 우리는 일찍 서두른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순천에는 송광사, 순천만 국가공원 등 명소가 많지만 드라마 촬영소는 과거 사랑과 야망, 제빵왕 김탁구, 그리고 최근에는 허삼관 등을 찍었던 유명한 세트장이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별로 3개 마을, 집 200여 채가 지어져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순천 영화촬영소는 우리 같은 50~60대에게는 그리운 향수를, 청소년들에게는 그때 어렵게 살던 우리네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추억의 음악실에서는 학생복과 교련복으로 갈아입은 관광객들이 신나는 고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어 잠시나마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또한 경사진 언덕에 자리한 서울 봉천동 달동네라고 이름 지어진 곳은 과거에 정말 사람이 살던 곳이라고 믿어질 정도로 실물처럼 그럴듯하게 꾸며졌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촌 골목을 걷다 보면 그야말로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아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보슬비는 어느새 폭우로 변해, 우리는 하루 더 묵으려는 일정을 포기하고, 순천 향동  문화의 거리를 차창 밖으로 쳐다본 뒤에 서울로 향했다.


글쓴이   서치펌 싱크탱크 대표 이규선 (2017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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