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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린이의 삶 Sep 15. 2022

어느 40대 주부의 추석 연휴 셋째 날

19년 만에  만난 친구

우리 추석 연휴 때 꼭 보자


추석 연휴가 돌아오기 전 주에  카톡에 친구의 생일 일정이 올라왔다. 친구가 일찍 결혼을 하게 되고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지고 그렇게 잊히는 듯싶은 친구 친구의 이름을 보니 너무나 반갑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난 김에 친구에게 톡을 보냈다.

'잘 살지?'

그리고 1분 후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 오랜만이야"

"어~ 진짜 오랜만이다 야 우와 모야~"

"야야 너 말투 왜 그러는데? 원래대로 해라야"

"엔벵 이늠의 가시나가 또 사투리 쓰게 만드네"


그리고 깔깔깔...

그러고 나서 우리는 추석 연휴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꼭~

추석 당일까지도 우리는 따로 어떤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만나기로 한 날인 연휴 셋째 날.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구가 당일 밤에 내려가야 해서 오전에 약속을 잡고 난 친정에 애들과 남의 편을 두고 해남 집으로 나왔다.

급하게 씻고 화장을 하고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며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서 그냥 예쁘게 하고 만나고 싶었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도착한 카페. 잠시 차 안에서 거울을 다시 보는 동안 내 차 옆에 흰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온다. 그리고 내리는 친구. 

친구를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 허둥대다 거울을 떨어뜨렸다.


" 야~~~ 모야 너무 오랜만이야"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서로를 껴안았다. 

"너 왜 그대로야 안 늙었네"

"너도 그대로다야"


우리는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커피를 시키고 19년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함께 했던 친구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 그리고 현재 우리들의 이야기


"넌 그래도 열심히 사네 글도 쓰고, 애들 수업도 하고... "

"너두 열심히 살잖아"

"어쩌겠냐 혼자 벌어가지고는 안되는데 에고 "

"그렇지..."

"야! 너 학교 다닐 때 너를 생각하면 글 쓰는 거 상상이 안된다야"

"오메 이 가스나 나 국민학교 때는 글 쓰는 거 좋아 했제 너는 고딩 친구라 모르는구먼 근디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나 살려고 그랬어"


그렇게 나는 한때 힘들었던 나의 이야기를 주저없이 친구에게 털어놓는다. 대인기피증으로 힘들었던 작년의 시간들... 그런데 친구도 마찬가지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사람들로 인한 아픔 그리고 나랑 같은 대인기피증.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서로에게 응원을 한다. 다행이다. 괜찮아가 아닌 앞으로 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겨 내는 삶을 살자고, 우리는 잘 이겨낼거라고...

두 시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00야 설날에도 보자 알았지?"

"그래 가스나야 톡에 간간이 소식도 전하고 그러자 딱 끊어 불지 말고"

"그래 그래 그러자"


우리는 다시 부둥켜안고 서로의 등을 토닥토닥거리고 나서야 각자의 차에 올라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너무나 아쉬웠다.

짧은 시간에 나누었던 친구와의 대화가 내게 위로가 되었고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는 활력소가 된 듯싶다. 

오리와 펭귄은 친구가 아니야 그림책 중


<선희야 또 보고 싶다. 또 만나서 수다 떨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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