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린이의 삶 Sep 28. 2022

어르신 엄마 밥 먹으러 간당께요.

오랜만에 맛 본 친정엄마의 음식

선상님들 가서 밥 한 끼 하랑께


스마트폰 수업을 마무리하고 나서려는데 어르신들 점심 먹고 가라고 성화시다.


"어르신들 저는 친정엄마한테 갈라구요 저희 엄마 저 기다리고 계신당께요"

"오매 그랑 어쩔 수 없제 근디 소고기에 미역국이 맛나게 되었드만은"


어르신 말씀을 뒤로하고 나는 서둘러 어르신들 출석체크를 마무리한다. 원래는 어르신들이 해야 할 출석 체크지만 매번 디지털 배움터 앱에 들어가서 출석 체크하고, 교육역량 향상도 체크하시는 일이 어려워하시고, 잊어버리는 경우들이 있어 한꺼번에 서포터즈인 내가 하고 있다.

그때 어르신 두 분이 식사를 마치고 또 들어오신다


"오매 언능가서 밥 잔 묵어"

"아이구 저 녹음해야 겄어요 저 울 엄마 밥 먹으러 가야 해서 안 묵어도 돼요"


오늘 수업일정이 친정집 방향이라 수업을 마치고 겸사겸사 들러 들르려고 한다. 점심은 엄마랑 함께 할 듯싶다. 친정에 도착하면 1시가 다 되어가긴 하지만 엄만 식사도 안 하시고 기다리실게 뻔하시니까...



왔어? 배고프겄다야 

침정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만 주방에서  나물 하나를 무치고 계셨다.


"엄마 그냥 있는 반찬에 밥 묵자 한께는"

"반찬이 없다야 그래서 냉장고에 본께 숙주가 있더라 놔두면 뭐하긋냐 언능 삶아가지고 무쳐야제"

그렇게 나는 엄마의 손맛 담긴 숙주나물과 꽂게 된장국, 여러 가지 반찬으로 맛있게 한 끼를 챙기게 되었다. 

"엄마 요새 식사 안 거르시지라?"

"나 잘 챙겨 먹어야!그랑께 너는 너나 챙겨"

"그란디 엄만 왜 이리 살이 빠져 불었다?"


내 물음에 엄만 뭐가 그러냐면서 욕실 쪽으로 나가버리신다. 딸내미 잔소리가 듣기 싫으신 모양이다.

시간의 흐름 탓인지 아님 정말로 식사를 잘 안 한 탓인지 오늘따라 왜소해 보이는 엄마의 모습이 자꾸 거슬린다. 본인의 밥상은 제대로 챙기시지도 않고 시집간 딸내미 밥상은 챙기시는 엄마...

감사하지만... 감사한 마음 뒤엔 짜증이 밀려온다.




작가의 이전글 믿고, 사랑하자! 나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