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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Sep 28. 2022

어르신 엄마 밥 먹으러 간당께요.

오랜만에 맛 본 친정엄마의 음식

선상님들 가서 밥 한 끼 하랑께


스마트폰 수업을 마무리하고 나서려는데 어르신들 점심 먹고 가라고 성화시다.


"어르신들 저는 친정엄마한테 갈라구요 저희 엄마 저 기다리고 계신당께요"

"오매 그랑 어쩔 수 없제 근디 소고기에 미역국이 맛나게 되었드만은"


어르신 말씀을 뒤로하고 나는 서둘러 어르신들 출석체크를 마무리한다. 원래는 어르신들이 해야 할 출석 체크지만 매번 디지털 배움터 앱에 들어가서 출석 체크하고, 교육역량 향상도 체크하시는 일이 어려워하시고, 잊어버리는 경우들이 있어 한꺼번에 서포터즈인 내가 하고 있다.

그때 어르신 두 분이 식사를 마치고 또 들어오신다


"오매 언능가서 밥 잔 묵어"

"아이구 저 녹음해야 겄어요 저 울 엄마 밥 먹으러 가야 해서 안 묵어도 돼요"


오늘 수업일정이 친정집 방향이라 수업을 마치고 겸사겸사 들러 들르려고 한다. 점심은 엄마랑 함께 할 듯싶다. 친정에 도착하면 1시가 다 되어가긴 하지만 엄만 식사도 안 하시고 기다리실게 뻔하시니까...



왔어? 배고프겄다야 

침정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만 주방에서  나물 하나를 무치고 계셨다.


"엄마 그냥 있는 반찬에 밥 묵자 한께는"

"반찬이 없다야 그래서 냉장고에 본께 숙주가 있더라 놔두면 뭐하긋냐 언능 삶아가지고 무쳐야제"

그렇게 나는 엄마의 손맛 담긴 숙주나물과 꽂게 된장국, 여러 가지 반찬으로 맛있게 한 끼를 챙기게 되었다. 

"엄마 요새 식사 안 거르시지라?"

"나 잘 챙겨 먹어야!그랑께 너는 너나 챙겨"

"그란디 엄만 왜 이리 살이 빠져 불었다?"


내 물음에 엄만 뭐가 그러냐면서 욕실 쪽으로 나가버리신다. 딸내미 잔소리가 듣기 싫으신 모양이다.

시간의 흐름 탓인지 아님 정말로 식사를 잘 안 한 탓인지 오늘따라 왜소해 보이는 엄마의 모습이 자꾸 거슬린다. 본인의 밥상은 제대로 챙기시지도 않고 시집간 딸내미 밥상은 챙기시는 엄마...

감사하지만... 감사한 마음 뒤엔 짜증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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