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는 방법
해야 할 일은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데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무심결에 TV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려 본다. 그리고 멈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박은빈 배우가 나왔다. 올해 내가 놓치지 않고 보았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역을 맡은 박은빈 배우. 한 우물 특집으로 27년째 연기 인생을 걷고 있는 그녀가 나왔다.
사실 내 소리보다 주변 소리에 많이 흔들리는데 항상 타인의 이야기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상처를 받잖아요. 그냥 이해가 안 가면 이해를 안 하고 그냥 넘어갔으면 좋았을 걸 저를 탓하다 보니까 문득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어떤 상황이든 어떤 사연이든 내가 나를 뒤로 하는 게 과연 이게 맞는 걸까 내가 어쩌면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넘어서 또 다른 또 자기 재단을 하는 그런 희생양을 내가 자처하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어야겠다 싶었고 거기서부터 제가 평온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 퀴즈 온 더 블럭 박은빈-
이 이야기를 듣고 난 생각에 잠긴다. 늘 주변 소리에 흔들리고 타인의 눈치를 봐왔었던 나. 어느 순간 그 모습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듯하다.
'어쩔 수 없는 건가?'
나는 관계 안에서 원만함을, 양보심을, 배려심을 나보다 더 먼저 생각했었다. 불편함보다 그게 나은 거라 생각했기에...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기에 함께하는 누군가에게 맞춰가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었다. 나로 인해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고 나로 인해 다치지 않기를 바랐기에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 내가 먼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우선으로 생각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 그런 나에게 질문을 한다.
'지금 너 행복하니?'
'아니 행복하지 않아'
내 삶인데 그 안에 내가 없었기에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언제부터 난 눈치를 보게 된 걸까'
나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처음부터 눈치 보는 아이는 아니였을 터 차근차근 기억의 터널로 들어 가본다. 그리고 그 터널 끝에 자리 잡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아빠...
어릴 적 난 다소 강압적이었던 아빠의 성격으로 인해 기분과 눈치를 살폈었다. 아빠의 한숨으로 늘 긴장했었던 내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의 눈치를 보는 삶은 이어가고 있었다.
이제 그만
이제 스스로 그런 희생양이 되고 싶지 않다. 그냥 누군가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하고픈 말을 하며 책일질 수 있는 행동을 마음대로 하는 그런 삶의 길을 걷고자 한다. 그 행동이 나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이라 생각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