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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린이의 삶 Dec 06. 2022

어머니는 자장면을 싫다고 하셨어

오늘 저녁은 자장면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내가 어릴 적 우리 집은 가난했었다. 서울에서 하던 중식당을 접고 50만 원 들고 시골로 내려오신 부모님. 시골의 빈집 생활을 시작으로 동네 소일거리를 맡아하시면서 많은 땅은 아니지만 부모님 명의로 논과 밭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시지는 못하셨다. 

엄마와 아빤 봄에는 모내기를 시작으로 여름엔 고추농사, 가을엔 추수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시고, 겨울이 되면 엄만 배추작업으로 새벽 일찍 나가시고 저녁 늦게 들어오신다. 그리고 아빤 겨울에는 특별하게 할 일이 없어 집에서만 계신다. 그래서 엄마에게 미안한 아빠는 매일 저녁 준비를 하신다.  저녁 메뉴는 어떨 땐 돼지고기 가득한 김치찌개, 또 어떤 땐 자장면, 짬뽕...

나와 내 동생은 아빠를 무서워하면서도 아빠의 음식을 좋아한다. 아빠의 음식은 기름기가 도는 음식이라서 그런지 엄마 음식보다 더 맛있다. 엄만 모든 걸 아끼고 아까워하신다. 된장국을 끓여 주실 때 엄만 된장, 시래기를 넣고 끓이시지만 아빠가 끓인 된장국엔 된장, 호박, 두부 그리고 고기를 넣어서 끓여주신다. 먹는 것에서는 아낌을 하지 않으셨던 아빠 그래서 나와 내 동생은 아빠의 음식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저녁 메뉴가 자장면, 짬뽕으로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추운 겨울 밖에서 일하고 들어오신 엄만 따듯한 밥을 먹고 싶어 하셨는데 아빤 이날도 국수를 준비하셨다.


"아니 왜 국수를 또 했데? 그냥 있는 반찬에 밥 먹제"

"워따 기껏 만들어 놨드만 승질이네"

"맨날 자장면, 짬뽕 질리겄으 안질리겄으?"

"애들은 좋아한디"

"나는 자장면 싫어"


그 후 아빠의 요리는 단순한 요리, 담백한 요리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남매는 밥 양이 줄어들었다.



중학교 일 학년 때 도시락 까먹을 때 
다 같이 함께 모여 도시락 뚜껑을 열었는데
부잣집 아들 녀석이 나에게 화를 냈어
반찬이 그게 뭐냐며 나에게 뭐라고 했어


국민학교 시절 지금은 초등학교지만 난 국민학교를 졸업하였기에...

점심시간 때 다 같이 모여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콩자반, 파김치, 배추김치, 감자볶음 그리고 소시지 달걀부침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젓가락들이 모두 소시지 반찬을 공격한다. 소시지 놓칠세라 나도 젓가락을 급히 반찬통으로 옮긴다. 그리고 성공!! 소시지 clear

내 반찬은 신김치이다. 혹시 몰라 비닐봉지에 담아왔는데 역시 김치 국물이 살짝 새어 나와있다. 그땐 도시락 반찬이 김치라는 게 왜 그리 창피했었는지 엄마에게 김치 말고 소시지 반찬 싸주면 안 되냐고 투정도 부렸었는데...

시골에서 소시지 반찬은 인기 최고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소시지 달걀부침 반찬은 지금 아이들에겐 입에 맞지 않는 듯싶다. 그 추억 속 소시지 달걀부침이 먹고 싶어 저녁 반찬으로 만들어 놓은 적이 있는데 중학생 딸아이와 아들은 한번 젓가락질을 하더니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래 너희가 소시지 맛을 알겠니...



"엄마 저녁은 드셨소?"

"응 먹었제 우린 5시면 밥 먹어"


어젠 재활치료가 너무 버거워 목소리에 힘듦이 담겨 있었는데... 어제보다 엄마 목소리가 밝은 듯싶어 다행스럽다 느낀다. 


"반찬 뭐에다 먹냐? 반찬도 없을껀디"


입원 중이신 엄만 여전히 딸내미 저녁 반찬이 걱정인가 보다. 


"엄마 내가 알아서 먹어 걱정 하덜덜 마셩"

그렇게 말을 해 놓고 난 휴대폰 배달어플을 클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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