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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an 04. 2024

고민과 방황의 시기


아침에 정성껏 밥을 차려놓고 나오거든. 퇴근하고 보니 안 먹은 거야. 그래서 화를 냈지. 이제 저녁시간인데 어떻게 한 끼도 안 먹었냐, 그럼 소중한 하루라는 시간이 다 뭉개지는 거 아니냐고 소리쳤다고. 그런데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화를 냈는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는 M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러게, 한두 끼 굶는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이른 아침밥 차리기의 수고로움이 처음도 아닌데. 긴 방학을 느슨히 보내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니? 그것이 아이의 인생에 마이너스가 되는 건 아닐까 고민했지? 믿고 기다려준다는 양육의 태도가 방관이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을 거야. 소중한 시간도 잃고 기회도 잃게 되면 어쩌지 싶었을 거고. 그걸 세세히 설명하지도 못한 채 밤잠도 설쳤지? M은 피식 웃는다.


몸도 마음도 시간도 소중히 쓰라고 말하고 싶었겠지. 그렇게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망설이는 거지. 아이가 상처받을까 봐. 믿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는 말 혹은 사인만 보내겠지. 기다려주고 더 기다려주면 다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야.


그 마음의 한편에는 타인의 삶에 무엇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도 일조하겠지. 만사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는 자신만의 리그임을 누구보다 네가 잘 알고 있으니까. (너도 엄청 방황했잖아. 하지 말라는 거 다 찾아서 하고. ㅋ) 그러면서도 과습으로 화분을 상하게 하는 건 아닐까 마음이 쓰이는 거겠지. 손가락으로 흙을 눌러보고 이파리의 늘어짐을 보고 괜찮은지 자주 살피는 일들, 다 사랑일 텐데.


지도는 세상보다 엄청 좁구나. 네 아이는 넓은 세상으로 거침없이 나아갈 거야. 지금은 필요한 방황과 고민의 시기일 뿐이야. 그거 꼭 필요하잖아. 봐봐. 이 문자 보내려다가 나 내릴 정거장 놓칠 뻔했잖아. 속 끓이지 말고 네 아침부터 잘 챙겨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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