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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Feb 22. 2024

당신의 치사하지 않은 고민에 대해

당신은 애인과 함께 식당에 갑니다. 각자 원하는 것을 시키자고 말했어요. 그런데 잠시 둘러보던 애인은 세트 메뉴를 시키자고 해요. 거긴 당신이 좋아하는 게 없는데 그게 맛있을 거라고, 매우 경제적이라고, 먹어보면 마음이 달라질 거라고 조릅니다. 아니, 나는 이게 먹고 싶다고, 좋게 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지쳐서 맘대로 하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나온 메뉴가 당신 입맛에 맞을 리 없어요. 슬그머니 화가 나겠지요. 매번 그런 식이라는 게 속상하기도 하고요. 먹는 거 갖고 치사하게 군다 싶겠지요. 왜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지 못하나요. 스스로 한심하다 느끼고 있나요. 정말 안 맞는 연애를 하고 있다고, 이런 인간과 결혼을 해도 될까 심각한 고민까지 하고 있나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먹는 거 어차피 거기서 거기, 뭘 먹거나 잠시 맛있다가 배부르면 맛없어지기는 마찬가지니까 당신의 애인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 하자고요. 애인이 맛있으면 된 거지, 하면서요. 맛이 없었던 건 당신이 배가 안 고파서 그런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애인의 사랑이 식은 것일 수도 있어요. 몹시 이기적인 인간일 수도 있고, 단순히 식탐이 강한 인간일 수도 있고, 돈에 예민한 인간일 수도 있고, 그냥 무딘 인간일 수도 있고, 늘 그렇게 해와서 당신이 무엇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아마 이게 정답에 가까울 걸요) 그러니 다음에 그런 일이 또 생긴다면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길 권해드립니다. 먹는 거 갖고 그러는 거 치사하긴 하지만 평생 메뉴를 양보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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