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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Mar 25. 2024

꽃이 피었다고

김용택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는 달만 보면 자동반사처럼 떠오릅니다. 그 다음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이 밤이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중략)"


달이 떴다고 전화를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요. 그 마음의 주인은 망설이고 있었을까요. 비가 온다고, 무지개가 떴다고, 바람이 거세다고, 눈이 온다고 철없이 자꾸자꾸 전화를 걸고 싶었을까요. 달을 빌어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까요. 주고받는 마음이 반가우려면 동시의 창이 열려있어야 합니다. 달이 뜨거나 말거나, 그걸 왜 나에게, 한다면 ufo가 떴다고 말해도 시큰둥할 겁니다.


곧 꽃들이 번지겠지요. 여기저기 걸음을 멈추고 꽃들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들이 가득하겠지요. 이미 시작된 것 같네요. 이곳의 꽃이 저곳으로 달려가고 저곳의 꽃이 이곳에 당도하고 꽃은 저혼자 피면서 다함께 피어나게 합니다. 당신도 꽃이 핀다고 전화하시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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