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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05. 2024

거짓은 제 속에서 녹을 짓는 일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답합니다. 완전히, 라고요. 산문은 진실성에 그 의미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진실한 진실인가의 판관 또한 스스로에게 있겠지요. 그 무겁고 무서운 것을 짊어질 수 없다면 그 이야기는 시간을 두고 더 기다리거나, 다른 장르의 글로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리 카의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를 읽었습니다. 진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지하로 가는 어두운 계단에서 주위를 더듬을 때 붙잡는 난간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해결책이라고요. 비비언 고닉의 글을 인용하는데요. "늘 이야기를 윤색하죠. 소위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할 때도요. 어떤 일이 벌어지면 실제로 벌어진 일은 이야기로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아요. 그러니 이야기를 내가 완성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거짓말을 해요. 거짓이나 다름없는, 결국 남들이 보기엔 거짓말하는 거죠. 하지만 아시겠죠. 이야기하려는 욕구를 참을 수가 없어요. 난 누구에게도 사실 그대로 이야기할 의무가 없어요. 사실 그대로라는 게 대체 뭐죠? 대체 누가 그런 데에 신경을 쓰나요?" 이에 대해 책을 읽을 때마다 거짓말쟁이들이 무엇을 바꿔놓았는지 알 수 없을 때는 신경이 쓰여 죽을 지경이라고 꼬집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사실 그대로를 말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닌가요.


제가 생각하는 산문은 순도 최상의 이야기, 스스로를 털어놓는 고해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자신과 타인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벼웁게 걸어갈 수 있도록 해줄 거라고요. 거짓은 제 속에서 녹을 짓는 일, 언젠가 흘러내리며 전부를 망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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