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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Apr 08. 2024

조나단은 조나단

조나단은 꽃잎 같은 귀가 쫑긋, 연분홍빛 털은 잘 빗질을 해준 듯 스스로 정갈하고요. 초코볼 같은 둥근 눈은 작아서 뭐가 보일까 싶지만 양끝을 올려준 듯한 입꼬리에 귀여운 스마일상입니다. 깎아 놓은 햇무처럼 생긴 코는 원형에  꽃잎으로 장난치고 싶을 만치 사랑스런 구멍이 두 개, 두 발은 진흙 속에서 즐겁습니다. 초록 철망 속이지만 그 구역의 주인 같은 당당함이 있습니다. 다섯 살은 되었다지요. 보통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허락되는데 럭키 조나단입니다. 채소와 밥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해서 부르면 달려옵니다. 유기견을 구출하던 장소에서 발견되었다고요. 아크보호센터에 살아요.


조나단을 보고 나면 후지니 전지니 갈매기살이니 껍질이니 그런 이야기들이 끔찍해집니다. 장난스런 돼지의 캐리커처에 앞치마며 요리사 모자를 쓰고 국자며 칼 같은 것을 들고 선 모습은 잔인합니다. 알면서 고개를 저으면서 마트에 가선 정육점 쇼케이스를 들여다봅니다. 이런 것은 끝나지 않는 숨바꼭질 같습니다. 숨고 찾고 또 숨어도 찾아내겠지요. 어줍지 않은 연민은 가식에 불과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비판은 우습지도 않습니다. 다시 비건을 한다면 끝까지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무슨 핑계를 대며 스팸을 구워 먹지 않을까요. 조나단은 조나단, 앞다리살은 앞다리살이라고 인간은 인간, 돼지는 돼지라고 뻔한 도식을 그리다니 참 후집니다.

c.  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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