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올리버의 <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에서 다음의 글을 읽었습니다.
'실수를 범하다'라는 뜻의 영어 동사 err는 라틴어의 erro에서 비롯하였다. Erro는 언어학적으로 산스크리트어의 arsati와 인도유럽조어의 ers와 가깝다. 모두 '정처 없이 헤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어에서 '목표물을 놓치다'라는 뜻의 동사 hamartano는 특히 창을 던지는 행위와 관련한 단어다. 그리스어로 된 『신약성경』에서 hamartano와 그 명사형인 hamartia는 각각 '죄를 짓다'와 '죄'를 뜻하는 단어로 '멸망을 부르는 약함' 또는 '결점'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죄를 짓다'는 곧 '목표물을 놓치다'라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오리냐크 전통을 이어가던 크로마뇽인 사냥꾼에게 '죄'는 곧 '창이 빗나가다'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창이 빗나가면, 눈앞의 짐승을 잡지 못하면 식구들이 모두 굶게 생겼으니까요. 정처 없이 헤매는 일은 실수 맞습니다. 약점은 용인할 수 있지만 멸망을 부르는 약점이라면 죄 맞습니다. 그런 실수는 하지 않도록 하는 게 맞습니다. 살아있는 자의 책무입니다. 그렇게 보면 정처 없이 헤매고, 하릴없이 지내고, 행동 없이 생각에 빠지는 일들은 먹고살 걱정이 없는 자의 만용 아닐까요. 행동을 취할 용기조차 잃은 약한 심신의 상태일 수도 있고요.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해야 할 전부인 것도 같습니다. 쉬는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