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메뉴가 필요해

by 김박은경

발모-모발

비상-상비

감정-정감

중심-심중

당황-황당

보도_도보

식사-사식


이런 단어들, 앞뒤가 다른데 닮은 구석이 있는 듯도 합니다. 한자까지 같은 경우도 많네요. 앞뒤가 다르다고 욕합니다. 사실 앞뒤는 같을 수가 없는데 말이죠. 오히려 앞뒤는 달라야 하는 듯도 합니다. 달라야 하지만 그게 또 완전히 다를 수도 없을 겁니다. 단어들의 본래 의미는 가문이랄까 가족이랄까 그런 환경적 영향을 받습니다 저마다 다른 단어를 이루더라도 숨길 수 없는 분위기가 남습니다.


“나의 전생은 커다란 식빵 같아/ 누군가 조금씩 나를 떼어 흘리며 걸어가는 기분/ 그러다 덩어리째 버려져 딱딱하게 굳어가는 기분” 안희연의 <메이트>중 부분입니다. 식빵을 거꾸로 하면 빵식이 됩니다. 전생을 거꾸로 하면 생전이 됩니다. 모든 생전은 전생이 되겠지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은 있는 것일까요. 지금이 어떤 전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좋은 전생을 만들 수 있을까요. 기억하지 못하니 어차피 무의미한 것일까요.

아무리 맛 좋은 빵이라고 해도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음식물 쓰레기가 됩니다. 저의 오늘 하루는 어쩐지 젖은 식빵 같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빵도 아니고 죽도 아닌 것이 됩니다. 접시 위에 올려두어도 먹고 싶지 않습니다. 치워버리고 새 접시에 새 메뉴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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