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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Dec 23. 2023

가지 않은 길은 보지 않기


유치원이 요양원으로 리뉴얼 중이다. 건물이 예뻐서 오며 가며 들여다보던 곳. 처음에는 엄마나 아빠 품에 안겨 안 가겠다고 우는 아이도 있지만 봄이 가기도 전에 다들 씩씩해진다. 똑같이 귀여운 아이들이 선생님 인솔 하에 손에 손을 잡고 산책을 나가기도 하고.


아파트 주차장에는 아이를 먼저 구해주세요,라는 문구의 스티커. 차 안에는 아이 장난감이며 창에 붙은 귀여운 별과 달과 고양이와 하트와 무지개 스티커까지. 눈에 그려지는 사랑스러움이 있고.


요즘은 지나치게 많은 진실들이 남김없이 미리 알려져 버렸다. 그래서 용기 내지 못하는 비혼주의자들이 증가하는 듯도 하다. 모르는 게 약인지 아는 게 병인지.. 분명한 건 절반의 어둠을 들이지 않으면 절반의 밝음도 들일 수 없다는 것. 물론 절반 속에도 또 명암이 있겠지만.


결혼에 대해, 임신과 출산과 양육에 대해 다들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엠바고라도 건 것 같았다. 겁 없이 들어선 길은 위태롭고 고단했다. 시간은 뭉텅뭉텅 사라지고 나도 사라지는데. 그래도 둥근 집은 가장 환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았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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