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자투리 이야기

by 서다비

정말 나 빼고 다들 능동적인 타입의 사람들뿐이었다는 걸 여러 사건을 통해 체감했다.


첫 번째이전 부장의 새로운 사업이다. 전 부장은 퇴사 후 3개월도 되지 않아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는데 업종, 판매하는 품목, 지리적인 위치까지 지금의 회사와 거의 흡사했다. 사실상 이곳에서 배웠던 것들을 똑같이 따라 한 데다가, 공개적인 곳에 홍보까지 한 터라 모두의 공분을 샀다. 한편으로는 이 사업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바로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행동력과 뻔뻔함에 웃음이 났다. A씨는 이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완벽하게 배워 갔네."


두 번째밤을 새워 한 장부정리이다. 회사에선 포스기 사용이 아닌 수기 장부를 사용했는데, 1년가량의 회사 초창기 자료가 정리 되어 있지 않아 사장이 컴퓨터로 내용을 겨달라고 요청 했다. 분량도 꽤 많았고 추가로 할 일이 더 있었는지 A씨는 이것을 언제 할까 고민하다가 연휴 이틀 전날 밤새워 해보자고 나에게 말했다.


‘굳이? 밤을 새워서? 조금씩 하면 안 되는 건가?’


이해할 순 없었지만 꼭 그렇게 해야 하니 이런 결론을 내렸나 보다 하고 하자는 대로 했다. 그리고 피곤할 수 있으니 쪽잠이라도 잘 수 있도록 이불과 베개까지 준비한 후 A씨와 나 각자 담당한 자료를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자료 중 10원 단위를 절사한 곳이 있어 헤매기도 했지만 아침이 되자 얼추 자료를 다 입력할 수 있었다. 한숨도 자지 않고 작업한 덕에 오전 중에 끝낼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후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이날 정리한 자료를 포함해서 지금까지의 월별 매출들을 매장별로 출력해야 했는데, A씨는 혼자 엑셀과 씨름하다가 자료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결국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일이 마무리 되었다. 결과물을 확인한 사장은 아주 흡족해 했고, A씨는 이 일로 월급이 인상되었다고 했다.


세 번째연차 문제였다. 회사는 아직 초창기였던 터라 매장 운영 외에 체계가 잡힌 게 없었고, 연차에 대한 정책 자체도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아 다들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언급하지 않고 지냈던 듯했다. 원래라면 회사 차원에서 먼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을 설정해야 했지만 사장과 부장 둘 다 문외한이어서 그대로 방치된 채 지냈다. 그러다 결국 A씨가 이 문제를 방관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사장에게 지적을 했다.


"그런데 그거 어떻게 해야 해?"


하지만 사장은 연차에 관해서 아예 몰랐던 터라, 이에 대해 잘 아는 다른 사장을 소환해 함께 회의를 했다.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했고 하나하나 해결해나갔다. 우선 직원들의 연차 갯수를 확인하고, 계속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점장들에게 고지하여 매달 소진할 수 있도록 장려하였다. 그리고 연차가 오래 쌓인 직원들과 협의하여 이전에 사용하지 못한 연차에 대한 수당을 분할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A씨 또한 모른척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문제가 더 곪아져버려, 해결하기 위해 더 큰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 인식 후 바로 주변에 알려 상황을 개선하도록 노력했기에 잘 처리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여태까지 나는 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잔꾀도 부리고 내 식대로 잘 처리하는 등 주어진 상황을 능동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잘 행동하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이 사람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혼자서 해결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타인까지 움직이게 만들어서 어떻게든 끝내려는 자세가 진짜 능동적인 행동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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