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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봇물 터진 아내.. 남자

나는..

분당 살 때였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가족 모두 참여하는 모임에 가곤 했다.

자녀와 함께 가정들이 모여서 사는 얘기들을 나누는 자리이다. 가정마다 돌아가면서 식사를 준비하고  차를 마시면서 어른들은 대화하고 아이들은 모여서 간식 먹으면서  보드게임 같은 이를 한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우리는 새로 이사한 동네에서 많은 도움을 받으며 무난하게 적응을 시작했다.


그런 모임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는 어김없이 내가 하는 일이 있다.

얼마나 열심이었는지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되겠다.

https://brunch.co.kr/@david2morrow/83


" 여보, 우리 대화할 때 XX 내용들은 말하지 맙시다."

" 그래요. 알겠어요. "


아내는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는 모임 장소로 향했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남자들은 설거지를 하고 아내들은 차와 간단한 핑거푸드를 준비하면서 대화 나눌 준비를 한다. 아이들은 따로 모여서 간식을 먹으며 놀이를 시작한다.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놀게 되어서 아이들에게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차를 마시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된다. 누군가가 자연스럽게 한 주 동안 살아온 얘기들을 꺼내고 그 얘기에 공감하며 또 다른 가정이 비슷한 상황들을 얘기하다 보면 부부가 싸운 얘기, 아이들 교육문제, 고부간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들을 오가며 대화하게 된다. 얘기해 보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말을 못 하게 막지도 않는다. 각자 그날 마음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얘기한다.  대화가 무르익는 가운데 아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겠노라고 약속한 내용들을 말하길래  나는 바로 아내를 째려보았다. 다른 때 같으면 아내가 움찔하고 대화를 얼버무리며 중지한다.  그런데, 그날은 왜 그런지 멈춤 없이 계속 말을 하는 것이다. 아내는 고부간의 갈등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마음이 힘든 얘기, 내가 이것저것 말 못 하게 하는 것에서 오는 갈등과 힘듦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남편이 못하게 하는 얘기가 너무 많아서 숨이 막혀요. 정말 힘들어요. "

 


나는 제지할 수 없는 분위기라서 째려보기만 했다. 아내 얘기가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얼굴이 화끈거리고 이마부터 머릿속까지 땀방울이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팍에서도 땀이 솟아서 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등줄기의 척추를 따라 땀방울들이 스스륵 흐르기 시작했다. 머릿속은 이미 빙빙거리고 있었다.  마치 한 장의 미용티슈가 물에 금세 젖어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점점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말하지 말자고 했는데.....' '왜 그러는 거야!!!' 내 얼굴과 몸은  급기야 '불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아내가 폭로하듯이 말을 이어가는 동안 나는 점점 더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다. 제지는 할 수 없고 말은 계속 이어지니 정말 견딜 수 없었다. 다른 분들이 아내 말을 들으며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듯이 내 마음속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창피해서 진짜 조그맣게 되어서 땅으로 소멸되고 싶었다.

  

"여보!!(휴대폰 진동보다도 작은 소리로 불렀다. - '그만 말해요.'라는 처절한 외침이었다.)"

"그냥 얘기하게 두세요. 아내분이 할 얘기가 많았나 봐요."


다들 아내가 그냥 편하게 말을 이어가도록 더 귀 기울여 들어주는 분위기가 되었다. 아내의 마음속에 담아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급기야 아내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이내 주르르 흘렀다. 그러더니 이제는 어깨를  들썩이며 본격적으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말하지 말자 했던 얘기들이 그대로 오픈되는 날이라 내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아내가 계속 울고 있어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  사실 얼굴에 다 드러났다. 분노와 당황함이 고스란히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다들 느끼고 있었고)  아내를 토닥이기 시작했다. '제발 그만하기를....'바라는 간절함이 포함된 토닥임이었다.

 

"많이 위로해 주세요. 그동안 엄청 힘들었나 봐요."

"한번 안아주세요. 많은 위로가 필요한 것 같아요."

"못하게 하신 게 많은 가 봐요."

 

 남편이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과 공감이 최고의 위로라고 하셨다. 내가 못 하고 지낸 것만 꼭 찍어 말하시는 것 같았다. 나만 빼고 모두 아내 편 같았다.  


"아내를 한 번 안아 주세요."

누군가 제의하셨고 나는 안아주면서

 " 여보, 미안해요."라고 했다.


 아내는 더 크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 인생 최대의 치욕 같은 날이며 얼른 이 자리를 탈출하고 싶단 생각밖에 없었다.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부부간의 큰 고민을 꺼내놓았으니 함께 대화하며 차근차근 해결할 일만 남았네요."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네요."

"우리들 중에도 부부상담과 자녀상담까지  했거나 아직도 문제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가정도 많아요."

"혹시 우리처럼 부부상담도 받아볼래요? 문제에 직면하는 과정이라서 난처하고  창피한 느낌 받기도 해요. 그렇지만 그 과정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같았어요."라며 제안해 주시는 분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또 무턱대고 대답했다.


"네. 해보겠습니다."

"진짜예요? 쉽지 않은데 정말 해볼 거예요?"

"네. 해볼게요. 아내를 위해서라면 해볼게요. "  ( ' 어! 내가 결정을 하고 적극적임 참여까지 다짐해 버렸다. 나도 모르게. 에라 모르겠다. 해보자!')라며 제안을 덥석 물었다. 그렇게 아내가 봇물 터지듯이 고민을  터 놓고 말하며 홍수처럼 흘린 눈물 때문에 나는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지했다. 결혼 5년째였다.


"남자가 부부상담에 선뜻 지원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네요.. 정말 해볼 건가요?"

생각지 못한 "네. 해보겠습니다."라는 나의 대답에 오히려 다른 분들도 놀라면서 다시 물어보시기까지 했다. 남자가 상담자리에 앉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했다. 중간에 핑계를 대며 안 가고 급기야 상담이 실패로 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나는 이왕 대답한 거 최선을 다해서 임하고 고쳐봐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

"여보, 왜 그렇게 갑자기 말했어요. 우리말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나도 모르게 그랬어요. 그런데, 다 말해버리고 나니 이제 살 것 같아요."

"부부상담  볼게요. 그래서, 해결해 봅시다. 여보."

"정말이에요? 고마워요. 남편." 아내의 눈은 여전히 벌겋게 부어 있었다. 아내가 그렇게  것도, 사람들 앞에서 운 것도 처음이었다.


그렇게 해서 '부부상담'을 시작했다.

나에 대해, 나의 유년시절 부모님과의 관계, 현재 나의 심리상태등에 대해 차근차근 점검하기 시작했다. 둘이 함께 갈 때도 있고, 각자가 따로 갈 때도 있었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고 믿는 모습과 남이 보는 내 모습과 내가  숨기고 있는 나만의 모습을 직면하고 꺼내는 동안 정말 힘들었다. 남편들이 불편감을 느끼고 중도하차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특히 남자는 그렇게 객관적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솔직해지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또, 자라면서 보고 느낀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인 가족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생각과 행동들이 결혼해서 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고 들으니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다. '우리 가정이 잘못이라고?''우리 아버지가 가부장적이라고?' 건강한 관계를 위해 고쳐야 한다고 제삼자의 시각으로 루션을 제공받는 과정까지도 불편하고 힘들고 마음이 어려웠다. 처음에는 모르는 분에게 내 속마음과 감정을 털어놓기가 정말 어려웠다. 감정을 숨기고 오랫동안 살아온 탓에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부부가 대화하다가 싸우게 되면 기분이 어때요?"

"좋지 않겠죠."

"좋지 않겠죠라고 남 얘기하듯이 하지 말고요. 본인은 그 상황에서 어떤 마음이 느껴지나요?"

"...................."

순간 당황했다. 내 마음을 얘기하라고? 뭐라고 말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답을 못하곤 했다. 솔직한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늘 내 감정을 숨기는데 상당히 익숙했던 것이었다. 나는 그런 상태였다.

여러 가지를 고 대화하면서 나는 깨달아갔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상시 진심으로 사랑하고 필요한 대화를 해야 한다. 문제가 생겼다면 서로 솔직하게 대화하면서 해결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부부상담 후에 알게 되었다. 나는 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았고 솔직한 대화도 하지 않았다. 갈등과 문제에 대한  해결보다는 감추고 회피만 했던 것 같다. 그런 문제들이 있어도 다들 그냥 살아가는 줄 알았다. 모임 같은 데서 그런 것들을  대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고칠 생각도 못하고, 대화도 안 하고, 남의 말 들을 기회는 만들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너무 몰라서 생긴 일이다.


"누구누구 아내는 참 좋은 사람이야. 그걸 다 참아주고 사니까."

좋은 말 같지만 그 가정의 아내는 마음의 병이 들어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내가 그랬기때문에 이제는 그런 말들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또 '누군가는 아프구나. 뻥 터지지 않으면 좋을텐대.' 혼자 생각하곤 한다.

 나의 그런 행동들이 결국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저 돈이 부족하며 바쁘다고 아이가 셋이라 바람 잘 날 없다는 핑계로 무심하게 말하고 행동한 것들이 상처가 되고 흉터처럼 마음에 남았다. 칼로 그어서 깊이 파인 자국 같았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에 대한 심각성을 알고 나서는 또 수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사과하고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이 글을 통해 공개적으로 다짐 또 다짐하는 중이다.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노력하기를 게을리하지 않겠으며  아내 말을 경청하고 가족의 비전이나 큰 계획도 함께 고민하며 풀어가는 중이다. 물론 "아직 멀었어요. 당신. 여전히 듣지 않아요."라고 말을 듣는다. "그래도 노력하고 있어요. 여보. " 라며 계속 정진하겠다고 약속한다.


사진출처: 사진: 사진: UnsplashKat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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